[데일리동방]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그룹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금호아시아니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밟는다.
이번 항공사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재계 20위권에서 중견기업으로 몸을 낮추게 됐다.
그룹에 위험이 처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친정을 떠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룹 회생을 위해 희생(?)됐다.
2000년대 ‘왕자의 난’을 겪은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백화점 등 세 그룹으로 쪼개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 3월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고(故) 정몽헌 회장과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승계다툼을 벌였다. 이후 정몽헌 회장이 이끈 현대그룹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수사 도중 정 회장의 타계로 위기를 맞았다. 대북사업을 주도하던 현대아산은 2008년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3년 시작된 해운업 장기불황으로 현대택배·현대증권·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넘기며 중견그룹이 됐다. 현대상선이 보유했던 현대아산 지분도 전량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다.
LG그룹은 반도체와 금융 사업을 내려놓았다. IMF 외환위기 초반 당선된 고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998년 1월 이건희(삼성)·정몽구(현대)·구본무(LG)·최종현(SK) 등 5대 그룹 회장을 불러 개혁 추진을 요구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반도체・철강・자동차 등을 과잉투자 산업으로 규정하고 사업 교환을 뜻하는 ‘빅딜’을 밀어부쳤다.
반도체 빅딜 대상은 적자를 보던 현대전자와 LG반도체였다. 현대에 유리한 외부 평가와 정부의 압박에 LG는 1979년 금성반도체로 시작한 LG반도체를 포기해야 했다. LG반도체를 흡수한 현대반도체는 D램 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 등에 시달리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이후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꾼 현대반도체는 2012년 SK그룹으로 옮기면서 SK하이닉스가 됐다.
금융 사업도 순탄치 않았다. 2003년에는 LG화재해상보험·LG투자증권·LG카드·LG종합금융을 계열분리와 매각 등으로 내보냈다. 그해 말 LG카드가 부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구 회장은 사재로 유동성 위기를 막은 뒤 2004년 LG투자증권·LG카드를 매각해 금융 사업을 모두 접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동생인 정인형 회장이 만든 한라그룹도 최정상을 노리다 그룹 위기로 주요 계열사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1997년 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주력회사인 만도(당시 만도기계)도 부도처리가 됐다. 한라그룹은 2008년 KCC, 산업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등과 함께 한라건설컨소시엄을 형성해 지분 72.4%를 사들이며 모기업이었던 만도를 다시 인수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해체된 사례는 대우그룹이 유명하다. 대우자동차는 2001년 GM 인수 이후 사명을 GM대우로 바꿨다가 2011년 한국GM이 됐다.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 인수 이후 두산인프라코어가 됐다. 대우라는 이름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로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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