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돼지고기 공급이 급감하자 전 세계 돼지고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태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가 다른 육류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
아프리카형 돼지 콜레라인 ASF는 치사율 100%에 예방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국과 필리핀도 곧 사정권에 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청정지역’이었던 한반도에도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북한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위험국가로 꼽으면서다.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북한 내 발병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돼지열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남북 간 협력 필요성을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도 특별 방역 등의 조치를 예고했다. 농협 축산경제는 이날 ASF 확산과 관련해 범농협 차원의 선제적 방역활동을 전개한다고 알렸다.
중국은 올 들어 돼지고기 수입을 대거 늘려 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어난 20만7000t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한 주 전보다 8배나 많은 2만3846t의 미국산 돼지고기를 구매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라보뱅크는 중국 전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2억 마리가량이 폐사하거나 살처분됐다며, 이로 인해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돼지 생산량의 3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첸준 판 라보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돼지고기 공급 부족을 메우려면 전 세계 돼지를 모두 모아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수입관세가 12%에서 62%로 오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급등세를 탔지만,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폭을 더 키울 전망이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고기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는 이미 매점매석 조짐이 일고 있을 정도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6% 상승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지난 2월 ㎏당 18.5위안(약 3100원)이던 중국 내 돼지고기 값이 2020년에는 78% 뛴 33위안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현재 국제가격보다 약 11% 높은 수준인데, 돼지열병 사태가 이어지면 국제가격도 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돈육 선물가격은 지난 3월 이후에만 70% 넘게 뛰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중국 내 ASF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전체 육류의 28%를 소비하는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육류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전 세계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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