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 끼인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주 겸 회장이 의도치 않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화웨이를 5G 분야 선도 기업으로 이끈 리더, 회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기업가의 이미지가 형성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런정페이 회장을 포함시켰다.
런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런정페이는 컴퓨터 천재는 아니지만 탁월한 관리 능력으로 화웨이를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기업으로 만들었다"며 "지난해 매출은 1070억 달러에 달했으며 고객이 170개 국가·지역에 분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5G 기술도 선도하고 있다"며 "5G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인자동차나 스마트공장 등에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포천 중문판은 15일 '2019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50인' 중 1위로 런 회장을 꼽았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과 천둥성 (陳東升) 타이캉생명보험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2~4위로 뒤를 이었다.
포천 중문판은 "런 회장은 보안문제 의혹에 맞서 자세를 낮추고 유연하게 언론과 접촉했다"며 "화웨이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어떤 긍정적 수단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아버지로서 자식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고 사업가로서 원칙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굽힐 줄 아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 회장은 1988년 광둥성 선전에서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57만원)을 들여 화웨이를 설립했다.
이후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뒤 미국의 공격 타깃이 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데 이어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화웨이 불매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스파이 기업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런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통신장비에서 정보를 빼돌리는) 백도어를 설치하라는 어떤 지시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 장비의 안전 문제를) 호소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다"며 "이는 우리에게 훌륭한 광고가 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