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예상했던 우승후보들이 주춤했다. 대신 이색 이력의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장악하며 무빙데이 흥미로운 결전을 예고했다.
19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둘째 날. 공동 선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생소했다. 대회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선 정대억은 ‘억’ 소리 나는 이름처럼 이번 대회 깜짝 활약을 이어갔다. 정대억은 이날 2타를 줄이는데 그쳤으나 첫날 7언더파 맹타를 친 덕분에 선두 자리를 유지하며 생애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2라운드에서 새롭게 등장한 선수는 뉴질랜드 교포 케빈 전(한국명 전용찬)이었다. 대회 첫날 4타를 줄인 케빈 전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케빈 전은 2007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케빈 전은 2012년 이후 투어에서 자취를 감춘 뒤 2017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6년 만인 2018시즌 코리안투어에 복귀했고, 다시 시드를 잃었다가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올해 다시 코리안투어를 뛴다.
코리안투어에서 잠시 사라졌던 케빈 전은 그사이 용인대에서 스포츠생리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현역 박사 투어 프로는 케빈 전이 유일하다. 케빈 전은 “‘골프는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에 골프를 잠시 그만뒀다. 공부를 하다 보니 선수 생활하던 때가 그리워지더라”며 “큰 기대 없이 퀄리파잉에 응시했는데 좋은 성적(17위)을 거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케빈 전은 지난해 두 차례 컷 통과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케빈 전은 “경기 감각도 떨어졌고,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을 응용하려고 했는데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라”며 “확실히 선수에게는 ‘감’이 중요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케빈 전은 이번 대회에서 캐디백을 아버지 전만동 씨에게 맡겼는데, 그 이력도 독특하다. 전 씨는 태권도 사범 출신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전 씨는 40살 때 뉴질랜드 프로골프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열었고, 현재 KPGA 시니어투어를 뛰며 KPGA 경기위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케빈 전은 “아버지가 10년 만에 캐디를 해주셨다. 10년 전에는 아버지와 의견이 달라 많이 싸웠다”면서 “오늘 느낀 건 진작 아버지 말을 들었어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라운드를 해 좋은 스코어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케빈 전은 “큰 욕심 내지 않고 안전하고 차분히 남은 대회에서 플레이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크린골프의 강자들도 개막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대회 첫날 ‘스크린골프의 황제’ 김홍택이 6언더파 단독 2위에 오르더니, 둘째 날에는 스크린골프에서 8승을 거둔 원조 ‘황태자’ 김민수가 6타를 줄이는 맹타로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9언더파 공동 선두에 이름을 추가했다. 지금도 스크린골프 대회를 병행하고 있는 김민수는 “사실 내일 스크린골프 대회 경기가 있다. 예선을 1위로 통과했는데, 오늘 성적이 좋아 못 나갈 것 같다”고 웃었다.
정대억과 케빈 전, 김민수는 모두 코리안투어에서 낯선 이름들이다. 아직 우승이 없는 이들이 이색 경력을 뒤로 하고 생애 첫 정상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기상은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무려 7타를 줄이는 맹타로 8언더파 단독 4위에 올랐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인 이형준은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허인회, 김홍택 등과 함께 5언더파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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