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칼럼] 금융완화보다 경기둔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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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가
입력 2019-04-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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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가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다시 빼 들었다. 먼저 유럽이 행동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이 얼마 전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오는 3분기 금리를 올리려다가 후퇴해 연내에는 인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장기대출프로그램도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민간 대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조치다. 이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시행이 중단됐었다.

미국도 동참하고 나섰다. 한 달 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중앙은행 자산 매각을 오는 10월 끝내겠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기준금리다. 연내에는 올릴 계획이 없고, 내년에나 한 차례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다시 강화하는 건 경기가 나빠서다. 연준은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와 1.9%로 고쳤다. 기존 예상치보다 각각 0.2% 포인트와 0.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유럽중앙은행도 비슷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내렸다. 3~4개월 전만 해도 전망치가 1.7%에 달했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개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게 마련이다. 중앙은행이 비관적으로 얘기하면 경제 심리가 움츠러들 수 있어서다. FOMC를 통해 이례적으로 금융권 예상치보다 낮은 전망치가 나왔다. 그동안 연준이 미국 경제 상황과 전망을 좋게 보았던 것과 배치되는 행태다. 미·중 무역분쟁을 포함한 불안요소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큰 점도 금융완화정책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경제변수에 대한 인식이 일단 굳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저금리를 당연한 걸로 여긴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금리가 당연히 낮아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으냐는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금리 인상에 따른 저항도 심해진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금융완화정책은 자본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고, 코스피도 2200선을 넘었다. 최근 10년 사이 저금리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해하기 쉽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금융완화정책은 주가를 더 올리기보다는 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에 머물 거라고 생각한다. 금융완화정책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나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완화정책은 금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현재 수준으로 지키는 게 목적이다. 유동성도 마찬가지다. 추가로 늘리기보다는 줄어들지 않게 만들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려면 실물에서 필요한 이상으로 자금을 공급해 유동성 수위가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이미 자산분배가 끝난 자금보다 새로운 돈이 주가를 올리기에 효과적이다. 새로운 돈이 들어오지 않는 한 금융완화정책은 주가를 떨어지지 않게 막는 역할만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완화보다 경기둔화가 더 관심을 끌 공산이 크다는 점도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새로운 정책이 다양하게 나왔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주가도 크게 올랐었다.

지금은 다르다. 정책이 나와도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전처럼 강한 정책을 펼 수도 없다.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 갈수록 금융완화보다 이런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만큼 나빠진 경제에 더 주목할 것이다. 앞으로 금리와 경기 간 역전이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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