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보공개청구에도 입 닫은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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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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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도, 명단도, 결과도 못 밝힙니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대상은 금융위원회다. 금융위와는 분리돼 있는 금융감독원이 매섭게 뽑았던 칼을 흐지부지 거두어서다.

얘기는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시작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으로 모은 1670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빌려줬다. 다시 SPC는 SK실트론 주식을 19%가량 취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는 계약대로 주가 등락에 따른 위험을 안는 대신 개인자금 없이 SK실트론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았다. 법으로 막은 개인대출이 최태원 회장을 상대로 이루어졌다는 거다. 애초 금감원은 혐의를 잡았던 1년 전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에 중징계(영업정지)를 내릴 생각이었다. 그랬다가 이달 초 징계수위가 훨씬 가벼운 기관경고로 바뀌어 확정됐다.

배경이 궁금했다. 금융위는 한 달 전쯤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법령심의위는 이번 징계보다도 먼저 자본시장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금융위가 중립적으로 심의해야 할 금감원에 사전 지침을 준 셈이다.

금융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시 법령심의위원 명단과 안건, 결과를 물었다. 금융위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금융위가 스스로 고시한 '법령해석 업무처리에 관한 운영규칙'을 보았다. 어디에도 심의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금융위는 대신 정보공개법을 들어 밝히지 않았다.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비공개할 수 있다는 거다.

금융위는 5년 전부터 법령심의위 제도를 시행했다. 심의위는 지금까지 31차례 열렸다. 여기에는 민간위원 4명을 합쳐 모두 9명이 들어간다. 수당도 지금껏 600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 그래도 심의위를 공개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깜깜이 행정은 의구심을 키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우리보다 먼저 자문기구를 연 자체가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도 혼란을 주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업자 1호이기도 하다. 경쟁사도 이번 사안을 1년 넘도록 불안하게 지켜보아야 했다. 새 먹거리로 반겼던 발행어음업 자체가 움츠러들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일개 금융사를 이렇게까지 비밀스럽게 심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도리어 드러내야 '군기를 잡는다'라거나 '눈감아준다'와 같은 의구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답은 더욱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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