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란발 쇼크'가 무슨 말인가요?
A. 쉽게 말하자면 이란으로부터 오는 국제유가의 충격입니다. 이란산 원유 공급이 끊겨서 유가가 확 높아질까봐 걱정이 된다는 거예요. 지금 얘기되는 이란발 쇼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강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트럼프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도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터키, 대만, 이탈리아, 그리스 등 8개국에 대해서는 180일 동안 이란산 원유를 사도 된다고 예외적으로 허용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겁니다. 한시적 예외가 끝나는 5월 2일 0시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위반하는 것이라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이란은 가만히 있나요?
A. 이란은 원유를 팔아서 돈을 버는데 미국이 돈줄을 막겠다니 발끈했죠.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놓인 좁은 바닷길이예요.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배에 실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란이 여기를 막으면 원유 수송이 크게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유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가 되는 셈이지요.
Q. 그런데 국제유가가 진작부터 오르고 있던 거 아닌가요?
A. 맞습니다. 공급 쪽에서 상승 압력이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유가를 띄우기 위해서 원유 공급량을 줄이기로 약속하고 이를 실천해왔습니다. 올해 6월까지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을 줄이기로 했는데 3월에는 목표치보다 35%나 더 줄였다고 해요.
또 미국 제재 때문에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어요.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정부통합군이랑 군벌이 무력 충돌하면서 내전 위험이 커진 것도 유가를 뒷받침하는 상황입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걸 싫어한다던데요?
A.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이 유가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담합해서 산유량을 줄이는 것을 몇 번이나 비난했습니다. 당장 감산을 그만두고 유가를 내리라고 압박해 왔어요.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져서 소비자나 기업들이 다른 데 쓸 돈을 줄이게 되고, 자칫 경제 활동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 연임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과감하게 이란 원유 수출길을 막겠다고 한 건 이란의 공급 감소 충격을 흡수할 만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셰일유 생산을 늘려왔고 중동 내 미국 동맹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보충을 약속했다고 해요.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로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이 이란산 원유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Q. 유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요?
A. 단기적으로는 상승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깁니다.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이 작년 하루 평균 250만 배럴에서 최근 100만 배럴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의 제재 강화로 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유가의 강력한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중동 패권을 두고 이란과 앙숙으로 지내온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산유량을 늘릴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OPEC과 러시아의 감산 약속이 6월에 종료되는데, 만약 약속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을 경우 공급이 120만 배럴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숫자만 본다면 이란산 원유 감소분을 덮고도 20만 배럴이 많네요.
물론 OPEC과 러시아가 올해 하반기까지 감산 약속을 더 연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이란이 진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