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정민의 부활 전주곡이 예사롭지 않다. 계속 우승권을 맴돌며 노크하고 있다. 이정민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9개월 만에 단독 선두로 힘차게 출발했다. 비바람을 뚫어낸 완벽한 ‘보기 프리’ 첫날이었다.
이정민은 KLPGA 투어 통산 8승을 수확했다. 2014년 2승, 2015년 3승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 8승째를 거둔 뒤 깊은 부진에 빠졌다. 스윙을 교정하려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투어 상위권이었던 장타력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모두 떨어지기 시작했고, 성적도 내려갔다. 지난 2년간 이정민의 이름은 우승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민의 이름이 리더보드 첫 페이지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019시즌 개막전이었던 효성 챔피언십과 이달 초 열린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다 8위로 마감해 두 차례 ‘톱10’에 진입했다. 그리고 이정민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를 겨냥했다.
이정민은 25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정민이 1라운드 선두로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아시아나 오픈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정민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힘든 날씨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며 “후반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때문에 스윙이 어려웠다”고 말했지만, 그의 샷은 악천후 속에서 더 빛났다.
이정민 스스로도 “스윙이 편해졌다. 예전보다 지금 샷을 더 잘 친다”고 말할 정도로 올해 샷 만족도가 높았다. 슬럼프를 겪으며 쌓인 내공도 그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이정민은 “사람들은 코치를 바꾼 것이 최대의 실수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내가 어떤 스윙을 해야 하는지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이정민은 조급하지도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이정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승하겠다’라고 인터뷰한 적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우승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10년 프로 생활을 하면서 아파서 경기를 못한 적이 많다. 건강한 모습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잘 치면 기분이 좋다. 나만의 사소한 목표를 이루면 비록 그것이 우승이 아닐지라도 행복하다”며 “우승하고 매 대회 톱10에 드는 삶은 내 타입이 아니다. 물론 우승을 앞둔 상황에서는 무조건 최선을 다 하겠지만…”이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민의 뒤를 이어 윤슬아와 이다연이 나란히 4언더파 68타로 선두와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선두와 2타 차 3언더파 공동 4위 그룹에는 무려 7명의 선수가 포진했다. 이 가운데는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정은6과 지난해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혜진도 포함됐다.
특히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정은은 무난한 출발로 ‘국내 최강자’의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이정은이 또 한 번 ‘메이저 사냥꾼’으로 이정민을 바짝 추격했다.
이정은은 “오랜만에 나온 한국 대회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에서는 경기 때 전혀 긴장할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설레고 긴장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정은은 “LPGA 투어에서는 조용하게 경기를 했는데 모처럼 팬들의 응원 속에서 경기해 재미있었다”며 “장기인 드로우 샷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페이드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고, 샷은 썩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은은 곧바로 연습장으로 이동해 샷을 가다듬어 둘째 날 선두 도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슈퍼 루키’ 조아연은 이븐파 공동 38위로 출발했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배선우도 모처럼 국내 대회 나들이에 나서 조아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안신애도 오랜 만에 첫날 2타를 줄여 조정민, 이소영, 김자영2 등과 함께 공동 1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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