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이날 역시 명성에 걸맞게 예정된 시간을 30여 분 넘겨 회담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지각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김 위원장이었다.
평소대로 '푸틴 타임'에 맞춰 등장했으나, 김 위원장이 그 후로 약 30분 뒤에 등장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먼저 도착한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 앞에서 김정은을 맞았고 두 사람은 20초가량 악수를 한 상태로 첫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은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며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맞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7년 9월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극동연방대학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고 푸틴 대통령은 34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장에는 4시간 15분 늦었고, 2016년 아베 일본 총리와의 회담 때는 2시간쯤 지각했다. 또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50분가량 기다리게 하는 등 '지각 대장'으로서의 악명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핀란드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라는 강적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때도 35분을 지각했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타임'에 맞춰 20분이 더 지나 회담장에 도착해 '지각대장'의 명성을 깬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상습 지각으로 물꼬를 튼 이래,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정상들 간 만남에서의 지각경쟁은 늘 외교가의 가장 핫한 화제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지각한 데에도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러시아 특사를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은 자기 지도자의 대외적 위신을 인민들에게 홍보하는 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의전을 매우 중시한다"며 김 위윈장이 의도적으로 지각했다고 분석했다.
송 의원은 "(과거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러 처음 베이징을 갔을 때도 앞에 모터사이클을,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 보다 2대 늘려 21대로 요구하는 등 의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