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악화로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부쩍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증권가에는 '상저하고'를 점치는 전문가가 여전히 많다.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지 않는 외국인도 이런 예상에 힘을 보탰다.
◆달러화 강세에도 아랑곳없는 외국인
28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단기적인 코스피 예상범위 상단은 2200선 안팎이다. 상승 여력을 1% 미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는 26일까지 한 주 동안 2216.15에서 2179.31로 1.66%(36.84포인트) 내렸다. 한때 216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기관이 매도 공세에 나선 영향이 컸다. 한 주 사이에만 6561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대로 개인과 외국인은 제각기 6499억원과 635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달 초부터 보면 2조3000억원가량 매수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코스피 수익률이 여전히 2%에 가까운 이유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8년 4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저조했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인 이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일까지 한 주 만에 1136.9원에서 1161.0원으로 24.1원 올랐다.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부진뿐 아니라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여파도 컸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도리어 신흥국 통화에 비해 원화가 고평가됐던 상황을 해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오는 5월 1~2일로 잡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역시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전망이 크게 좋지는 않다"며 "매파(통화긴축)적인 기조로 바꿀 명분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외환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 줄어드는 반도체 바닥론에 무게
경기와 기업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줄곧 이어질 공산이 크다. 관세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4월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8.7% 줄었다. 반도체 수출만 24.7% 감소했다.
그렇더라도 바닥은 있게 마련이다. 반도체 역시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주 실적은 분기별로 보았을 때 2분기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있고, 가격 하락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데이터센터 업체 다수가 하반기부터 서버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벌써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와 원익IPS, 케이씨텍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소재업체인 한솔케미칼과 원익머티리얼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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