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무대는 고 사장 갤럭시 인생의 정점이었다. 애플의 안방에서 갤럭시 폴드를 공개한 그는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새 장을 열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 사장은 “갤럭시 폴드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 넘어 프리미엄 폴더블기기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접었다 펴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 이목을 끌었고 뜨거운 관심은 미국 사전예약 매진으로 이어졌다.
갤럭시 폴드는 어깨가 무거운 제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상영된 IT 강국의 청사진은 5G 홍보와 연계됐다. 삼성은 갤럭시 S10으로 첫 5G시대를 열었고 갤럭시 폴드는 인류가 달에 갔을 때처럼 스마트폰 혁신에 깃발을 꽂을 차례였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일부인 필름을 억지로 떼어내 생긴 문제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하자를 인정하고 글로벌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제품의 접히는 부분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을 발견해 대책을 강구한다는 설명이다.
갤럭시가 체면을 구긴 상황은 공교롭게도 고 사장이 소개한 갤럭시 노트7 때도 일어났다. 2016년 출시된 갤노트7은 홍채 인식을 통한 보안・결재로 주목받았지만 배터리 발화 사태로 수조원대 손실을 불렀다. 고 사장은 그해 제품 출시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몇개월간의 노력의 결과를 보고 확신이 생겼고 하루빨리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은 출시 한 달 뒤인 9월 사과문을 내고 신제품 교환을 진행해야 했다. 4년마다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올라선 고 사장은 이때 처음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보상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꾸준히 문제를 해결해갔다.
상황은 이듬해 노트8으로 뒤집혔다. 와신상담 끝에 내놓은 제품은 출시 37일만에 100만대가 팔렸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9은 이전작인 S8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혹평을 또다시 들어야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10년을 기념해 나온 갤럭시 S10은 다시 전 세계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갤럭시 폴드까지 고 사장은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접는 전화와 5G 선점으로 포화된 시장을 뒤엎을 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고동진호의 순항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3년 만에 돌아온 위기는 갤럭시 노트7 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제품 출시를 미뤄 소비자 피해를 막았고 논란이 배터리 발화가 아닌 화면 오작동에 그쳤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세계 최초 폴더블폰 출시를 서두르다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출시 50일도 안된 갤럭시 S10이 100만대 넘게 팔린 점은 호재다. 여기에 상반기 중 재출시될 갤럭시 폴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면 고 사장의 롤러코스터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사장의 위기는 도전을 자극해왔다. 그 도전이 불리한 상황을 뒤엎고 갤럭시를 키워냈다. 갤럭시 폴드 사태의 열쇠를 실패사례인 갤럭시 노트7 출시 인터뷰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갤럭시는) 항상 모험을 즐겼고, 한계에 갇히지 않았으며,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앞으로 나아 갔습니다. (중략) 삼성전자의 모바일 비전은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으로 그 DNA 속에는 스스로를 뛰어넘겠다는 도전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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