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이 첫 돌을 맞은 27일 남과 북의 풍경이 서로 엇갈렸다. 남측 정부는 1년 전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공연을 마련한 반면, 북측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파국으로 치닫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남측 정부를 비난했다
27일 통일부·서울시·경기도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김연철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주한중국·일본·러시아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단, 조현 외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서울, 경기도에서 참여한 일반 시민 200여명 등 총 41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두 정상이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 공동식수 현장, 남북정상이 단둘이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 판문점 선언이 탄생한 '평화의 집' 등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순차적으로 공연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 대륙을 꿈꿀 능력이 있다"면서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축사를 보내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축하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만찬사에서 "판문점은 65년 동안 분단의 상징이었고, 2018년 4월 27일 평화의 역사적 공간이 됐다"면서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 모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난관도 헤처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은 "여러분이 앉아있는 이 자리는 자유의 최전선이며 자유의 확산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면서 "작년에 체결된 9·19 군사합의서 내용에 따라 진행됐던 것들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김근호씨는 "세계 각지에서 유명한 연주자들이 가장 평화롭지 않은 공간인 JSA에 와서 평화를 노래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작년에 비해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는데, 다시 작년 기억을떠올려서 자유롭게 교류협력하는 분위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이날 행사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판문점 1주년 행사 계획을 통지했으나 끝내 불참했다.
대신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장문의 비망록을 통해 "미국은 남조선당국에 '남북관계가 미조(미북)관계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속도조절론'을 노골적으로 강박, 북남관계를 자신들의 제재 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한반도)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판문점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7500자 분량의 장대한 이 비망록에서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를 위한 파격적 조치를 연이어 취해줬는데 (현 한반도 정세는) 민족의 운명과 전도,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남측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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