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소주 한병 가격이 5000원으로 인상된다는 내용에 대한 반응이다. 실제로 삼겹살 1인분 가격(150g 기준)을 1만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소주 한병과 맥주 한병을 마시면 2만5000원을 내야 한다.
물가상승률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체감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다. 사치품은 고사하고 생필품만 사는 데도 지갑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세제와 생수, 화장지 같은 생필품에 소주와 기름값도 올라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로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했다. 2016년 7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로 분기별 물가 통계가 집계된 19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물가는 그렇지 않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출고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음식점 소맥 1만원 시대'가 열렸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출고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6.45% 인상할 경우 출고가는 100원 정도 오르지만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가격은 1000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주로 4000원에 판매되던 소주는 이제 5000원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잠잠했던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넷째주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441.02원으로 지난해 12월 둘째주 1451.73원 이후 19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둘째주 1342.71원을 기록한 뒤 10주 연속 상승세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의 이란 원유 제재 여파로 ℓ당 15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필품 가격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내놓은 올해 1분기 생활필수품 가격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38개 품목 가운데 21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세제와 어묵, 우유, 생리대, 화장지 등이 가격 상승률 10개 품목 안에 포함됐다. 모두 가계지출에서 필수 항목들이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격인상 품목들은 소비자들이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필수 소비재들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수준이 높다"며 "물가 당국의 관심 또한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여건 악화로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체감 물가가 오를 경우 서민들은 지갑을 닫게 되고 이는 생산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우리나라 1인 이상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243만원으로 전년보다 2.2%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가구소득의 3분의2 이상이 일자리 등에 영향을 받는 근로소득이기 때문에 지난해 좋지 않았던 고용 상황이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침체되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금 감면 등의 대책이 필요하고, 곧 사라지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조세가 많아서 경기 활성화가 되지 않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생각할 부분"이라며 "유류세 인하도 연장할 필요성이 있고, 세금 감면이 경기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유류세 인하 정책은 정부가 계속 고민해야 하고,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세 인하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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