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혹해지는 인도의 여름…"폭염·홍수가 농민 자살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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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05-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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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부터 이미 폭염 경보…"식수·농수 부족 시달려"

  • "기후변화 가장 취약해…기후 극단화 점점 더 심화"

46.6°C. 지난달 26일 인도 중부에 위치한 마디아 프라데시주의 칼곤 지역의 최고 기온이다. 2019년은 아직 중반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인도에서는 이미 가혹한 여름이 시작됐다. 올해 3월 중순부터 일부 지역은 이미 몇 주간 이어진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개월 먼저 온 여름 절규하는 농가 

민간기상전문업체인 애큐웨더의 애덤 도우티 선임기상관은 쿼츠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3월 중순이 넘어서면 뉴델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38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인도에서 여름은 더 빨리 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년보다 몇 개월 더 빨리 온 여름은 또다시 인도 농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마하라슈트 주의 마라트라와 지역은 일찍 온 폭염과 가뭄으로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도 현지 매체인 더퀸트(The Quint)는 최근 보도했다.

지방 정부가 물부족 해결을 위해 설치한 우물도 말라버렸으며, 일부 지역주민들은 타지역에서 배달해오는 물탱크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대부분 농가들은 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수확물 없이 빈손으로 지내야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최근 더퀸트는 연이은 기획기사를 통해 기후변화로 황폐해진 인도 농촌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마라트라와의 비드는 인도 농가의 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곳 농민 77%는 면적이 5에이커, 즉 약 20㎢에 못 미치는 농지를 소유한 영세농이다. 지난 3년간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경제상황은 더 악화했다. 농가의 소득은 줄었고 결국 1인당 소득은 인도 평균을 밑돌았다. 비드에서는 지난 2018년에만 125명에 달하는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하슈트라주와 같은 중부와 북부 지역 등이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가 인도 국민들의 삶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 남부지방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100년 만에 최악의 대홍수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는 3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기후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도 농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폭우와 가뭄의 횟수가 3배나 크게 늘면서 농업에만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지 매체는 물론 외신에도 언급됐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농민들을 빈곤의 악순환에 가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농민들은 농업·관개용 장비 구매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예전보다 훨씬 더 정도가 심한 자연재해가 덮쳐 농작물을 쓸어가면 농민들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 된다. 결국 생활고에 못 이겨 자살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늘고 있다고 도이치빌레 등 외신은 지적했다. 지난해 말에는 수만명의 인도 농민들이 부채 탕감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 금융그룹 HSBC가 6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혔다. HSBC는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농업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관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 상승이나 강수량 감소가 수확량에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더 가혹해진 기후변화, 더 심해지는 피해 

올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은 인도 전역과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기상청(IMD)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중부와 동부지역은 건조한 데다 이상 고온이 이어지는 여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 매체인 힌두타임스는 "폭염·지속적 가뭄은 6월 파종시기를 맞는 농가들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상서비스 업체인 스카이멧 웨더의 마헤시 팔라왓 부사장은 힌두타임스에 "5월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할지라도 이미 내린 비의 양이 너무 적으며, 앞으로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리면서 토양 내 수분이 크게 모자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D는 5월 첫주에 라자스탄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폭염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농민들의 심각한 상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도 총선에서도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매체인 포브스는 인도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에 비해 총선에서 다뤄지는 비중은 적다고 지적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인도국민당(BJP)과 라훌 간디가 이끄는 인도국민회의의 공약집을 분석해본 결과 경제, 국가안보, 일자리 등에 비해 기후변화가 언급되는 횟수가 크게 모자랐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인도 정치권이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은 인도 국민은 물론 세계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인도는 중국, 미국, EU에 이어 4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다. 특히 2018년의 경우 중국, 인도의 석탄소비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과연 기후변화는 인도 경제에 실제로 얼마만 한 피해를 입힐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기후과학자 마셜 버크 교수와 노아 디펜버그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2일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도 경제성장률의 약 30%를 갉아먹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했다.

기후변화가 세계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국가와 가장 가난한 국가 간의 1인당 소득 격차는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25%포인트 더 커진 것으로 추산됐다. 1961년에서 2000년 사이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최빈국들의 1인당 소득은 17~30%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한 부유한 국가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부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논문의 내용을 인용해 NYT는 전했다. 

NYT는 논문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누가 가장 빨리 줄여야 하는지와 빈곤 국가에 일으킨 피해를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를 덮치는 극한기후는 향후 몇년 동안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J 라메시 인도 기상청장은 "겨울은 더 빨리 올 것이며, 기온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여름에 우리는 더 많은 폭염을 경험할 것이며, 더 많은 폭우가 몰아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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