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 모바일산업연합 회장 "진정한 5G 시대 열려면 5G만을 위한 콘텐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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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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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 보편적 서비스 되려면 이용자에게 전용 콘텐츠 제공해야

  • 국내 IT 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플랫폼 기업의 생존 절실.. 국내 단말기·콘텐츠 업체에 협력 요청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이 5G 시대에 국내 IT 기업과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IT(정보기술) 산업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중국·일본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국내 IT 산업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호재를 만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정부와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국내 IT 산업을 이끌어야 할까? 1일 국내 IT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겸직)을 만났다.

◆ 진정한 5G 시대 열려면 5G만을 위한 콘텐츠 필요
 
먼저 고 회장은 한국이 진정한 5G 선도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G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려면 먼저 서비스 영역(커버리지)이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 5G 전국망 완성을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2022년 5G 전국망이 완성되기 전까지 설비투자 등의 이유로 관련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가 차질 없이 5G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같은 금전과는 다른 차원의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과 노하우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지금까지 높은 주파수대 통신 환경을 구축해본 경험이 없다. 높아진 주파수만큼 통신 설비를 더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데, 관련 노하우와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진 회장은 국내 IT 기업들에게 숙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5G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왜 5G를 써야 하는지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초고속·초저지연이라는 5G의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게임, 가상현실, 증강현실)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이용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다음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기술을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 회장은 5G 시대의 목표가 이용자들이 방대한 가상세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5G를 활용한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에 5G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열쇠가 숨어있다. 영국에서 현재 LTE(롱텀에볼루션)망을 활용해 제공 중인 증강현실 스마트투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번거롭게 가상현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이용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혁신은 선택 아닌 필수, 기업의 자기보신도 혁신을 막는 한 요인

이날 인터뷰에서 고진 회장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함께 기업의 자기보신적인 행위도 기업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회·기업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인들이 지금의 규제 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 주된 원인이라는 게 고진 회장의 주장이다. 또한 정부만 규제를 철폐할 게 아니라 기업도 변화에 맞춰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이란 가죽(革)을 벗기는 심정으로 아픔을 감내하며 새(新) 것이 올라오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에게는 아픔을 견디며 도전하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새 사업을 추진하려 하면 매출이 큰 부서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사업 잠식을 두려워해 혁신을 하지 못하고, 끝내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저출산 등의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첨단화가 화두다. 적은 인력으로도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한 용어가 바로 '인더스트리 4.0', 또는 4차산업혁명이다. 한국은 이러한 물결의 끝에 간신히 올라탄 것에 불과하다"며, "한국 사회에는 저출산, 고령화, 노인빈곤, 낮은 생산성 등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산적해 있다.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IT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원스토어와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고진 회장은 "처음 국내 IT 시장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린 후 구글 등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며 한국에 들어왔다. 지금 한국 IT 생태계는 이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대부분 무너졌다"며, "국내 플랫폼 업체가 없으면 LTE·5G를 거쳐 일궈낸 한국 IT 생태계의 과실을 고스란히 외국기업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단말기(휴대폰)가 세계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단말기 업체와 국내 플랫폼 업체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내 단말기·콘텐츠 업체들과 플랫폼 업체 간의 연계가 많이 느슨해진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덧붙였다.

◆ 혁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있다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충돌의 대표적 사례인 택시업계와 카카오·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의 대립에는 흥미로운 견해를 드러냈다. 인프라가 부실한 나라에서는 (정부와 이용자의 필요성에 의해)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으면 혁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진 회장은 "중국에서 핀테크 혁신이 빠르게 추진된 이유는 기존 결제 인프라 수준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따로 핀테크가 필요없을 정도로 카드와 인터넷뱅크 이용 환경을 구축했다. 때문에 핀테크 혁신 추진속도가 중국보다 떨어지게 되었다. 대중교통 환경이 형편없는 동남아에서는 모빌리티 업체인 그랩이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환경이 떨어지는 브라질에서는 모빌리티 업체 이용 비용을 비교해주는 가격비교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환경이 우수한 유럽에서는 우버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몇몇 문제가 있지만, 한국 택시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빌리티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빠르게 자리잡지 못하고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라이선스라는 이름으로 발급해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할 국가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GDPR(개인정보보호규정)에 관한 적합성 평가를 한국과 일본이 같이 시작했는데, 일본은 통과하고 한국은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고진 회장은 그 이유로 한국에 개인정보보호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은 개인정보를 그 사안에 따라 금융보안원,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이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행안부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분리·컨트롤 타워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규제 타파를 위해 정부 기관과 시민단체의 참여도 요청했다. 고진 회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규제를 없애려 해도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거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심한 것은 해결이 몹시 어렵다. 때문에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규제·제도혁신해커톤을 만들었는데, 많은 참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추진한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체의 합의 자리에도 관련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향후에는 의료 관련 개인정보 규제 해결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진 위원장 약력>

-현 (사)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
-현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전 더불어민주당 신성장특별위 공동위원장
-전 바로비젼㈜ 대표이사
-전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美 시라큐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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