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사이버보험 의무화에도 손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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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5-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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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하우 부족에 신규시장 놓친 꼴

  • 기업들 보상 범위ㆍ규모에 불만족

  • 준비금 적립 방식 의무 이행할 듯

국내 최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리플을 비롯해 자사가 보유한 가상화폐 350억원어치를 도난당한 바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부터 개인정보를 다루는 정보통신서비스기업의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현재 사이버보험의 보장 범위와 규모에 불만족하고 있어 보험 가입보다는 준비금 적립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이 사이버보험에 대한 노하우를 쌓지 못한 탓에 확대될 수 있는 시장을 놓친 셈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1000명 이상 고객 개인정보를 보유한 정보통신서비스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구제를 위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용자 수와 매출액에 따라 보험보장금액은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사이버보험 시장이 300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이 3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 시행을 통해 시장규모가 단번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단번에 사이버보험 시장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 기업이 보험에 가입하기보다 준비금 적립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현재 국내 사이버보험이 미비한 탓이다. 아직 국내 손보사들은 사이버 사고 위험을 측정하고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인재를 갖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사이버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손보사도 마음 놓고 대규모 보장을 해주는 사이버보험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당장 가입할 수 있는 사이버보험 상품은 보장액이 적어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해결책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 기업이 준비금 쌓기를 선택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는 데 과감히 투자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다시 보장 규모가 큰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당장 대부분 기업이 준비금을 쌓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과감히 투자를 진행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다만 미래를 내다보면 당장 수요가 적다고 해도 계속해서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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