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간 약속 이행 속에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이란중앙은행에 따르면 2016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3%까지 올랐다. 그러나 원유와 가스 산업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5월 2일(현지시간) 이후 이란 경제가 다시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뒤에 이란 제재를 부활시켰다. 지난달 22일에는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8개국(한국·일본·중국·인도·대만·터키·그리스·이탈리아)을 겨냥해 5월 2일 이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이상 제재 유예는 없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80만 배럴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약 230만 배럴을 수출했다. 미국 제재로 인해 수출 판로가 좁았던 만큼 수출량 대부분은 8개국의 기름 창고로 들어갔다. 미국이 이들 8개국을 협박하고 나선 것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해 사실상 마지막 남은 돈줄을 쥐어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택가격과 의료 서비스 비용도 약 20% 증가했다. 빈곤층의 어려움이 격화되는 이유다. 현지 물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환율과도 관계가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안정적으로 통화 정책을 유지했다. 달러당 4만2000리얄의 고정 세율을 적용한 것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미국 제재가 재개된 이후 이란 리얄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약 60%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이란의 물가 상승률이 31%로 치솟은 상황에서 석유 수출량이 계속 하락할 경우 올해는 37%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추가 제재 계획이 공개되기 이전인 지난달 말에는 올해 이란 경제가 6% 정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사전문지 애틀란틱은 최근 보도를 통해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 관련 조직으로 규정한 혁명수비대와 이란 정권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란 경제와 국민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란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의 적국은 물론 원유 생산국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봉쇄되면 국제유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의 적극적인 원유 감산으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유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산유량이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 문제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란발 원유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여전하다.
한편 중동의 산유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이란 제재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강화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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