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 위기'를 피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OPEC은 정치화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르킨도 사무총장이 언급한 '위기'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OPEC 회원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을 기점으로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제재 유예를 철회했다. 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축출을 목표로 베네수엘라에도 제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바르킨도 사무총장이 '정치화'라는 표현과 함께 "OPEC은 집단적인 결정 기구일 뿐 개별주의는 없다"고 밝힌 것은 미국 정부에 대한 다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 문제를상쇄하기 위해 OPEC이 지속적으로 산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OPEC 총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만큼 원유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는 오는 6월 말까지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한 상태다.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6월 OPEC 총회에서 '모든 옵션' 검토할 것"이라며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OPEC은 단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의 이란·베네수엘라 제재로 OPEC 전체 산유량이 올해 거의 17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이 유가를 높이기 위해 감산을 담합했다고 비난해 왔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한 손실분이 더 많은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원유 수출 원천 봉쇄 외에도 이란에 대해 한층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강화한다는 게 주요 골자로, 이란 정권의 달러화 원천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