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성공의 기쁨을 맛본 이가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가 마치 자식과도 같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권원강 전(前)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퇴임을 결정한 지 두 달 만에 ‘전화도 안 받는 창업주’가 됐다.
6일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1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권원강 전 회장은 현재 해외에 체류하면서 회사와 일절 연락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3일 교촌치킨 창립 28주년 기념식에서 권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히고, 회사를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교촌치킨을 창업한 지 30년이 다 됐지만, 한번 정한 원칙은 꼭 지키는 그의 성격은 여전하다고 내부 직원들은 평했다.
권 회장의 성공담은 이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노점상과 해외건설노동자, 택시기사 등을 거쳐 생계를 이어오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통닭집을 차렸다.
1991년 3월 경북 구미시에서 테이블 3개가 겨우 들어가는 10평 남짓한 매장이 시작이었다. 이 작은 가게가 치킨 하나로 연 매출 3188억원을 올리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절대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권 전 회장의 철칙이 이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다.
권 전 회장은 업계 처음으로 치킨을 담은 종이쇼핑백을 도입했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자, 절로 가맹점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가맹점 영업구역 보호를 위해 매장 수도 제한하고 있다. 권 전 회장은 “가맹점 생계를 생각하면 일정 거리 이상에 매장을 내선 안 된다”고 항상 강조해왔다. 교촌치킨 가맹점 수는 처음 1000개를 돌파한 2003년 이후 15년 이상 비슷한 규모에 머물러 있다. 가맹점을 크게 늘리지 않았음에도, 본사와 가맹점 모두 3배 이상 매출 증가를 이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그는 오너리스크에도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6촌 사촌인 교촌에프앤비 임원의 직원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임원을 퇴사 처리하고 결국은 자신도 물러났다. 권 전 회장의 외동딸도 경영 일선에서 배제했음은 물론이다.
권 전 회장은 지난달 22일 교촌의 새 대표이사 회장인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의 취임식에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치킨 프랜차이즈 외에도 신사업과 기업공개(IPO) 등 다방면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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