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女大)가 변하고 있다. 인문대, 사범대, 약대 등 과거 여성이 선호한다고 알려진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컴퓨터공학 같은 공과대학에도 진출하고 있다.
숙명여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정애 총장이 19대 총장으로 선출된 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여성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숙명여대가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2015년 컴퓨터과학과, 멀티미디어과학과 등 IT 관련 학부와 일부 공학부를 신설·융합해 공과대학을 설립했다. SW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SW 교육을 소홀히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 총장을 만나 여성 SW 인력 육성을 위한 숙대의 미래 계획을 들었다.
강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대학의 교육 커리큘럼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W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을 위해 2020년부터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재학생들이 SW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것"이라며, "2개의 SW 교육 관련 교양 필수 과정을 신설해 학생들의 전공과 SW 교육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을 통해 SW에 관심을 갖게 된 재학생들을 위해 '금요소프트웨어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학생들에게 딥러닝(AI), 안드로이드, iOS(아이폰 기본운영체제), 파이썬 등 최신 IT 기술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강 총장은 SW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약 400명으로 구성된 공과대학을 신설하고, 현업 경험이 풍부한 신임 교수들을 뽑았다.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으로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360억원을 활용해 최신 IT 기자재를 갖추는 등 교육 여건을 개선했다. 여성 SW 인력이 최고의 환경에서 교육받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 총장은 "숙대는 창학 113주년을 맞아 공학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예체능 등 모든 재학생들이 IT 공학을 바탕으로 한 IT 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우수 여성 인재 육성이라는 창학 정신을 되새겨 우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여대 가운데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교육을 정규 학사과정에 추가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업계 1위인 글로벌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 잡았다. 학교와 기업이 여성 SW 인력 육성이라는 중대한 사명에 동의한 것이다.
강 총장은 "4차산업혁명을 위한 IT 기술의 근간이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관련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대학의 교육 환경과 학생들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2017년 2학기부터 클라우드를 정규 교과목 과정으로 개설하고 관련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약 100명의 숙대 학생들이 클라우드에 특화된 교과 과정을 수강했다. 강 총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관련 자격인 AWS 클라우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클라우드 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해 2018년 약 60명의 학생들이 자격증 취득 관련 교육을 받았고, 2020년에는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숙대 재학생들이 관련 교육을 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양질의 클라우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IT 전임 교직원들이 클라우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여성 취업과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숙대와 아마존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숙대는 테레사 칼슨(Teresa Carlson)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을 초청해 클라우드 전문인력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이후 AWS 에듀케이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클라우드 교육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아마존과 연계를 강화했다. AWS 에듀케이트 프로그램은 미국 코넬대·카네기멜론대, 한국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 세계 2400여곳의 고등교육기관이 도입한 클라우드 교육 과정이다.
강 총장이 변화를 추진하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를 위해 교수·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는 "인문사회, 예체능 위주의 기존 교육 편제에 공과, SW를 더하면서 인력 구조 재편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전공을 가르치던 교수와 배우던 학생들의 이의 제기를 받기도 했다"고 변화가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기존 교육 체계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고, 공감대를 통해 결국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 총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공학, SW 역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에 주목하는 인문사회, 예체능의 중요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며, "숙대 재학생들은 인문학적 전공 기반을 갖추고 SW 관련 역량을 배양함으로써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여성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이 추진한 SW와 클라우드 교육을 두고 교수와 학생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임유진 숙대 IT공학전공 교수는 "클라우드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활용해 정규 과목과 비교과 과목으로 학생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컸다. 작년 11월 진행한 '숙명우먼인테크데이' 해커톤 행사에도 비 IT 전공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등 IT에 관한 여학생들의 관심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숙명우먼인테크데이에서 '자리를 찾아줘' 팀을 구성, 참여해 1위를 수상한 홍수진 학생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해커톤에 참여한 것은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IT 전공자와 비전공자 5명으로 이뤄진 자리를 찾아줘 팀은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아마존, 숙대 소속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숙명여대 강정애 총장은?
-제19대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제 29대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숙명여대 경영학 학사,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프랑스 파리1대학 인적자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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