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매각, LIG손보 인수 실패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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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5-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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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까지 매수자로 활동‧‧‧인수 실패 후 금융사 성장 정체

롯데그룹이 가장 큰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각각 사모펀드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금융 부문에서 손을 놓겠다는 의사표현이다.

롯데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표면적으로 금산분리 규제 탓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는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의 지분 93.8%를 오는 10월까지 매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굳이 외부 매각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경우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등으로 지분을 넘겨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

삼성, 한화 등 대기업그룹도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분 처분 의무가 없는 롯데손보마저 매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산분리 규제 외에 매각의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까지 '금융 부문 강화'를 외쳤던 롯데그룹의 행보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4년 전만 하더라도 롯데그룹은 금융사를 팔기보다 사려는 입장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은 LIG손보(현 KB손보)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매수자로 거론됐다.

마지막 제안에서 롯데그룹은 원매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많은 돈을 쓰더라도 그룹의 금융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LIG손보 인수에 올인하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후문이 들렸다.

하지만 결과는 KB금융지주의 승리였다. LIG손보 노동조합 등 대부분 직원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롯데손보와의 인력 중복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과 롯데그룹 특유의 낮은 보수 체계를 감안하면 롯데그룹에 피인수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각 보험사, 손해보험협회]

LIG손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롯데그룹은 뚜렷한 금융사 성장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롯데손보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수보험료 기준 점유율 3%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만약 LIG손보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면 점유율은 업계 2위권인 15~16%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4년 LIG손보 인수에 성공하고 금융사를 계속 성장시켰다면 지금처럼 롯데카드‧손보를 매각하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LIG손보의 결정이 금융권 판도와 대기업그룹의 미래를 뒤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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