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특형' 이광수, 동구의 맑은 눈으로 본 따뜻한 세상 이야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 맡은 이광수

편견 딛고 세상 밖으로…'형제'는 용감했다

"육상효 감독님과 노희경 작가님이 제게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너는 눈이 참 맑다고.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요."

대중에게는 예능으로 친숙하지만, 영화‧드라마 연출자들에게 이광수(34)는 특별한 눈을 가진 배우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광수는 영화 '좋은 친구들' '덕수리 5형제' '돌연변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풍부한 감수성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의 이광수.[사진=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는 수많은 감독, 작가가 인정한 배우 이광수의 연기적 장점을 집약해놓은 작품이다.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간 한몸처럼 살아왔다.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이광수는 지적장애를 가진 '형 바라기' 동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좋은 친구들' '돌연변이' '괜찮아 사랑이야' 등 그동안 제가 연기한 작품, 캐릭터들이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었어요. 눈과 표정으로 감정 전달을 주로 하는 편이었죠. 이번 촬영에서도 많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눈으로 표현하는 게 어떻게 본다면 관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광수는 누구보다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잘 알고 있는 배우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이용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하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이게끔 노력한다. 이는 '나의 특별한 형제' 속 동구라는 캐릭터를 더욱더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이광수만의 비결이기도 했다.

"동구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그의 순수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죠. 출연을 결정하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홀로 거울을 보며 준비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함께 상의하면서 동구의 디테일을 잡아갔어요. 감독님이 느끼기에 과하다고 하면 표정을 바꾸거나 지워나가는 식으로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의 이광수[사진=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시작점은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육상효 감독은 1996년 광주 모 복지원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스크린으로 옮겼고, 이 과정이나 결과물로 하여금 상처받는 이가 없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려고 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지만 영화와는 별개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촬영 전부터 '세하와 동구는 시나리오 속 인물이니 다큐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새로운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고 참고한 작품이나 자문을 구한 분들도 없었어요. 그런 부분들 모두가 그저 조심스럽더라고요."

육상효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인 신하균, 이광수, 이솜까지 제작진과 출연진은 작품과 인물들의 희화화를 극도로 경계했고 마지막까지도 자체 검열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가갔다.

"개인적으로 제가 희극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보니까 동구라는 캐릭터가 희화화될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더 열심히 준비했고, 진지하게 연기했죠. 장애를 가진 역할이라고 해서 으레 표현되는 것들을 지양하려고 했어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의 이광수.[사진=NEW 제공]

이광수가 '나의 특별한 형제'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장애인이 등장하지만, 신파적이거나 희화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광수는 장애인이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고 또한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따듯한 영화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의 아니게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는데···. 하하하. 저도 마블 영화의 굉장한 팬이라서 그 영화를 보긴 하겠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도 5월에 딱 맞는 따듯한 영화니까 함께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주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고, 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의 이광수.[사진=NEW 제공]

이광수는 어느덧 데뷔 12년차다. 패션모델부터 시트콤, 예능, 드라마, 영화까지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능인'이다. 무명이었던 이광수를 '아시아 프린스'의 자리로 끌어올린 것은 런웨이도,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9년째 '런닝맨'을 출연하고 있어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에 따른 부담이나 걱정은 없어요. 많은 분이 '예능 이미지를 벗고 싶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런닝맨'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나의 특별한 형제' 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던 거예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담을 가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에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중국·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광수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례적으로 베트남 최대 규모의 프로모션까지 열게 된 '나의 특별한 형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베트남 관객들이 '나의 특별한 형제'를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해요. 제 생각엔 해외 분들이 보셔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내용인 거 같아서 기대하는 바가 크거든요. 또 제가 '런닝맨'을 통해 베트남 대중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제 모습을 보면 또 어떻게 생각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런닝맨' 속 친근한 모습을 응원해주시는 거 같은데, 영화는 또 다르니까요.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떨리네요."

이광수의 맑은 눈을 통해 비춰질 세하와 동구의 특별한 형제 이야기. 이제 공감은 그들을 바라볼 관객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