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카드 꺼낸 이란...美이란 충돌에 국제사회 긴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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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5-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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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 "상대가 약속 안지켜...핵 활동 시작"

  • '이란 핵협정' 물거품 될까...EU등 전전긍긍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포함돼 있는 일부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력한 미국의 제재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국제유가 등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란의 의지대로 핵 관련 활동을 재개한다면 미국과의 갈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 가능"...강경 입장 내놓은 이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이란은 (이란 핵협정에 따라) 대응을 억제해왔지만 다른 합의 당사자가 약속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이란도 일부 조항을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향후 60일 이내에 이란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지 1년을 맞는 날이다. 강경한 입장이긴 하지만 당장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핵협정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과 주요 5개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이 이란과 합의한 것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이란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JCPOA의 핵합의 관련 미비사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핵합의 탈퇴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8월과 11월 두 단계에 걸쳐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를 발동한 뒤 지난 2일을 기점으로 이란의 자금줄 전면 차단에 나섰다.

이란 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최대 3.67%의 저농도로만 시험용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이란의 경고대로 고농축(20%) 우라늄을 생산한다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의 고농도 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명백한 핵협정 위반이다.

미국이 혁명을 이룬 이란에 처음 제재를 가한 게 1979년이다. 이란은 40년간 단행된 미국의 제재를 이겨낸 노하우를 다시 한 번 발휘해 전면에서 맞선다는 입장이다. 일단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 준비 등 핵활동 재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검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당장 원유시장 타격이 없다고 해도 핵 위협으로 인해 중동발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국가 핵 기술의 날'을 맞은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란 핵 기술 연구 기관의 관계자와 함께 시설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에너지 대안'이었는데...유럽, 협의 깨질까 전전긍긍

이란이 맞대응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나왔지만 '핵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미국 정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유럽을 순방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예정됐던 독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한 뒤 이라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 방문을 취소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바그다드에서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방문 취소의 이유로는 '국제 안보 문제'를 명분으로 들었지만 사실상 대(對)이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란이 강한 불만을 적극 드러내면서 이란 핵협정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란 핵협상 타결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의 고민이 크다.

EU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이란은 대표적인 EU의 에너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란 제재 해제에 따라 이란의 천연가스를 '남부 가스관'을 통해 남유럽 국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경제악화가 계속되자 이란은 유럽 각국에 대해 이란 보호 조치를 호소하고 있다. 이란 의한 이번 표명 핵 합의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될 전망으로,이란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향후 유럽 등과의 협상이 부진에 끝나면 본격적인 핵 개발을 재개하기로하고,이란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편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란 핵협정 탈퇴가 이란에게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핵협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를리 장관은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하에서도 이란과의 거래를 시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까지는 이란이 합의사항을 지켜왔기 때문에 EU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향후 이란의 대응에 따라 제재를 부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오전 비행기에서 이라크 바그다드에 긴급 방문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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