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확 낮추는 투자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환매에 시달리고, 채권형펀드만 뭉칫돈을 끌어모은다. 여전히 어두운 경기 전망, 다시 꼬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다.
◆주식펀드 -3.8조·채권펀드 +4.9조
8일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3조7811억원 줄어들었다. 상장지수펀드(ETF)에서만 2조3236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2018년 4분기에는 국내주식형펀드로 6조원이 들어왔었다. 당시 코스피는 3개월 만에 13% 가까이 빠졌다. 내림폭이 커지자 도리어 저가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ETF에도 5조원이 넘게 몰렸다.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국내혼합형펀드도 환매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혼합형펀드에서 올해 들어 빠져나간 돈은 2400억원을 넘어섰다.
반대로 국내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4조8900억원 늘었다. 시장을 관망하는 자금으로 여겨지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같은 기간 22조3500억원이 몰렸다.
펀드 수익률은 설정액과 따로 놀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7.78%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채권형펀드는 0.92%밖에 안 된다.
해외주식형펀드와 해외채권형펀드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들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1조37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가별로는 베트남펀드를 뺀 거의 모든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샜다. 반대로 해외채권형펀드에는 4200억원이 들어왔다.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경기지표 부담
선진국에 못 미치는 우리 경기지표와 기업 실적이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악화일로로 들어서고, 반도체 불황이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기껏해야 2%를 조금 넘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협상을 깬다면 성장률은 2%를 밑돌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가 반짝 랠리를 펼친 점도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다. 코스피 수익률을 월별로 보면 1월에만 8% 넘게 뛰었다. 주가지수는 2~3월 숨고르기를 거쳐 4월에도 3%가량 올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다시 요동치고 있다. 최황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투자자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속도를 높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불안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2.9원 오른 1169.4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54원 가까이 뛰었다. 원화가치가 같은 기간 5% 가까이 평가절하됐다는 얘기다. 이런 원화 약세로 덕을 보는 종목도 적지 않지만, 환율이 1200원에 다가서면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나타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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