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의 기적’으로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기적의 발생지가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갔다. 연이틀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소름’을 선사한 리버풀과 토트넘(이상 잉글랜드)이 유럽프로축구 최강 클럽의 자웅을 가리게 됐다. 이젠 장소를 스페인 마드리드로 옮겨 이른바 ‘미라클 매치’를 펼친다.
올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잔치가 됐다.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맞대결 이후 11년 만이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다음달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 승부를 벌인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벼랑 끝에 몰렸다가 믿을 수 없는 기적의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두 팀은 이제 마드리드에서 또 다른 기적을 꿈꾸고 있다.
최초의 기적 발생지는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 스타디움이었다. 리버풀은 8일 열린 바르셀로나(스페인)와 4강 홈 2차전을 앞두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원정 1차전에서 0-3으로 대패해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였다. 핵심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호베르투 피르미누마저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나 리버풀은 대역전극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디보크 오리기의 선제골로 전반을 1-0으로 앞선 리버풀은 후반에 조르지니오 베이날둠의 연속골로 합계 3-3 동률을 만들더니 오리기의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면서 4-0으로 대승했다. 리오넬 메시가 건재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두 번째 기적은 다음날인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났다. 홈 1차전에서 0-1로 패한 토트넘은 부담스러운 원정 2차전을 앞두고 있었다. 상대는 유벤투스(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돌풍의 아약스(네덜란드)였다. 경고누적으로 1차전 결장했던 손흥민이 합류한 토트넘은 전반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펼치다 2골을 헌납해 0-2로 밀렸다.
토트넘은 후반에 실점 없이 3골을 넣어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난세의 영웅이 탄생했다. 루카스 모우라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해트트릭을 달성해 아약스의 돌풍을 잠재웠다. 모우라는 2-2로 맞선 채 추가시간마저 끝나기 직전인 후반 51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3-2로 역전승을 이뤄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슈퍼 히어로’의 극장골이었다. 합계 3-3으로 동률이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토트넘이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사상 처음 오른 토트넘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손흥민도 생애 첫 결승 무대에서 두 번의 결승전을 치른 박지성(전 맨유)도 이루지 못한 ‘빅 이어’의 주인공을 노린다. 반면 리버풀은 통산 9번째 결승 무대에 올라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미라클 매치’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드리드 ‘기적의 신’은 누구의 편에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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