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가장 먼저 찾았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자켓을 입은 나 원내대표는 웃으며 이 원내대표를 맞았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며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이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시면 아주 심사숙고하고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산불이라든가, 지진이라든가, 우리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 경청하고 싶다”며 “가능하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우리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며 “너무 한꺼번에 다 해결하시려고 하지 마시라”고 했다. 이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있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포함한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기존의 장외 투쟁 일변도의 투쟁 전략 대신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에 “밥을 잘 사주신다고 하니 저는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고 하겠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회동 중에는 이 원내대표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른 야당을 만나서도 한국당과 대화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추경과 민생현안 개혁과제가 있다. (한국당 설득이) 정 안 되면 다음 주에 바로 4당이라도 출발해야 한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최대한 얘기해서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더 크게 우리 정치 복원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여기 주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의 낮은 자세의 배경엔 추경 처리가 있다. 한국당의 협조 없이 추경을 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전분기 대비)를 기록한 상황에서 당정으로선 추경을 적시에 집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은 뒤 “(격려 말씀 뒤에) 플러스 알파가 있는데, 플러스 알파는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니까 (전할 수 없다)”고 했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피해, 미세먼지와 더불어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처리의 필요성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를 찾아 추경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이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추경이 5월에 확정되지 않고 6월로 넘어갈 경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5월에 꼭 좀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재정이고 추경”이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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