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의 한 한류스타굿스점에서 만난 미시오씨(47)와 카논양(19) 모녀는 나고야에서 신칸센을 1시간 30분을 타고 왔다고 했다. 연간 10번 정도는 코리아타운을 들른다고 한다. 미시오씨는 “한국 드라마 커피프린스, 도깨비 DVD를 전부 갖고 있다”며 “공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카논양은 “세븐틴을 좋아한다”며 “점심으로 냉면과 김밥을 먹었고 엄마는 삼계탕을 드셨다”고 했다. 미시오씨는 “한국에는 한 번 가봤는데 딸이 대학생이 돼 이제 자주 가보려 한다”고 밝혔다.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은 2002년 이후 조성된 거리로 2년 전부터 BTS 등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치즈닭갈비, 치즈핫도그 등 한국식 음식으로도 유명한 곳이 됐다.
가게 앞에서 치즈핫도그를 먹고 있는 나다(18)와 친구 사마키, 유나양은 “2시간 거리의 야마나시현에서 치즈핫도그를 먹으러 처음 왔다”며 “한류 스타는 모르지만 SNS를 보고 먹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뜨는 신메뉴는 퐁듀치킨이다. 코리아타운의 절반은 음식점이고 절반은 스타굿스 판매점이다.
치즈닭갈비 원조 가게에서 일하는 이성우씨(31)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온 지 10개월이 됐는데 비자를 받아 취업하려 한다”며 “10, 20대 일본 소녀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등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대에서 일하는 신희순(58) 교포는 “옛날 40~50대는 한·일 관계가 나쁘면 안 왔는데 10대들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유튜브를 보고 많이 온다. 한국 화장품 품질이 좋다는 걸 알고서 온다”고 설명했다.
케이팝 댄스 강습소에도 수강생이 늘고 있다. 신주쿠의 사설 학원 ‘댄스 스튜디오 마루’는 박창호씨 등 12명이 강사로 나서고 있다. 수강생은 중고등생이 대부분으로 3분의 1은 프로 가수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도쿄 중심가 백화점 3층에 있는 한 서점에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타운에서 한식점 ‘대한민국’을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현자씨(54)는 “‘대사관’과 ‘고려’라는 큰 식당이 6~7년 전 없어졌는데 당시 혐한 데모가 일면서 손님들이 사라졌었다”며 “지금은 10~20대가 한국을 좋아해 여행도 가고 한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간 주일한국문화원 수강생과 일반 수강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식 수업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한류 바람은 정치적 영향에 민감해 멈췄던 양상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순애 콘텐츠진흥원일본지사장은 “지난해 4월 NHK가 4년 만에 한국 드라마 ‘옥중화’를 방영하고 NHK라디오에 한국 가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한 것은 한류 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한류를 이끄는 세대들이 SNS를 통해 음식, 화장품, 스타일 등 체험한 것을 자랑하면서 신한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장은 "예전의 한류 팬들은 한국이 좋아 팬이 됐다면 지금 10~20대는 좋아서 찾아봤더니 한국이더라는 식으로 접점이 달라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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