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논란이 많았던 국가 정책 중 하나는 '탈(脫)원전·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귀결되는 '에너지전환 정책'이다.
정책 추진 초기부터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불거진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에서 앞서지만 친환경적이지 못한 원전과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것과 함께 미래에너지임이 확실하지만 현재는 제어가 어렵고 발전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의 대립이다.
이에 대해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과 단가저감이 실현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업이 의지를 갖고 투자하고, 정부도 규제개선과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지원한다면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
이 소장은 세계 각국이 에너지전환, 신(新)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못 박았다.
이 소장은 "태양광은 2007년 8GW(기가와트)에서 2017년 402GW로 증가했고 풍력은 같은 기간 94GW에서 539GW로 늘었다"며 "세계적으로 지난 10여년간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치용량은 급증했으며 앞으로 태양광, 풍력의 보급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한 2018년도부터 2040년까지 전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전망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가 8조 달러로 전체 설비투자의 약 69%를 차지하고 있다. 가스가 1조1000억 달러 9.7%로 뒤를 이었으며 석탄(1조1000억 달러·9.4%), 원자력(1조1000억 달러·9.3%)은 가스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소장은 선진국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2017년 평균 24.9%에서 2030년 36.4%로, 독일은 26.1%에서 65.2%, 미국 역시 17.0%에서 27.6%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6%에 그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계기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 "태양광·풍력의 세계 시장과 국내 경쟁력의 정확한 분석 통한 전략 필요"
이 소장은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 상황과 국내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태양광 산업은 높은 기술력보다는 가격 중심의 경쟁 시장"이라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가격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소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중국기업이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약 72%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이외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고효율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각국 정부도 자국 기업과 시장보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해 태양광 셀·모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고 터키는 태양광 설치 시 자국산을 일정 부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풍력의 경우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 소장은 "풍력 산업은 태양광과 달리 기술경쟁 시장으로 선진기업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터빈 제조기술이 핵심 경쟁요소로 유럽·미국기업이 주도하고 중국 기업이 빠르게 추격 중"이라며 "대형화(10MW급 이상) 및 해상풍력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태양광·풍력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 소장은 "태양광의 경우 높은 생산원가, 규모의 경제 미확보 등으로 중국기업보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해 해외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수출 중심의 전주기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풍력의 경우에는 소수 풍력터빈 기업과 중소 부품기업군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돼 내수시장 제약으로 기술축적이 부족하고 가격경쟁력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2017년도 각국의 내수시장, 즉 풍력 신규설치용량을 살펴보면 중국은 19.5GW, 미국은 7.0GW, 독일은 6.6GW인 반면, 우리나라는 114MW 설치에 불과하다"며 "또한 외산은 8MW급 터빈이 상용화 된 반면, 국산은 3MW급 터빈을 상용화하고 8MW급 터빈은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조선·해양플랜트와 정보통신기술(ICT) 등 연관산업과 접목하고 안정적 내수시장 창출, 핵심기술 조기 확보 등을 통해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통해 재생에너지 강국 도약 기대"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산업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제품 및 산업 전주기의 친환경화, 제품의 고품질화, 융·복합 신기술 제품 및 신서비스 시장 육성 등을 통해 현재 단순 가격 경쟁 중심의 국내 시장을 제품효율·품질 기반의 시장경쟁 구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생태계의 취약점인 안정적 내수시장, 기술경쟁력, 지역혁신 기반 등을 보완하기 위해 내수시장의 안정적 확대, 기술 고도화, 기업 체질개선, 지역기반 혁신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서 시장·기술·기업체질 등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현황을 분석해 전략시장별 맞춤형 진출지원, 단기 수출활력 제고 등 우리 재생에너지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제품차별화 기반의 시장 경쟁 구도로의 전환, 산업생태계 경쟁력 보강, 해외진출 촉진 등의 3대 전략을 중점 추진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연구개발(R&D)과 해외진출 지원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급의무화제도(RPS)의 합리적 개선 등 전략을 추진해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2.4GW 보급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주요 정책 4가지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그가 말한 4가지 중 첫번째는 기술력 확보다.
이 소장은 "우선 산업 생태계가 위축된 위기상황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 해외진출지원사업 등을 추진, R&D와 해외진출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제품에 ICT(정보통신기술), 연관산업 등을 융·복합해 제품 자체를 차별화하고 시스템 차원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업자 재산권을 보호하고, 엄격한 폐기물 관리를 위해 공급인증서(REC) 발급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재생폐기물 관리기준 마련을 추진해 RPS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세번째는 각종 보급사업의 확대다. 이 소장은 "공공기관 태양광보급 지원, 주택지원사업 지원대상 확대, 금융지원사업 확대, 지역지원사업 지속 추진, 보급사업 빅데이터 활용 등 각종 보급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추진, 성공적인 세계재생에너지총회(IREC) 개최, 2019 대한민국에너지대전 개회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국민 소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소장은 "이 같은 4대 전략을 중점 추진해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 목표를 달성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소장은 "정부와 함께 재생에너지 3020 보급목표 달성과 산업경쟁력 강화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주기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업계와 상시 소통하면서 이행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탄소인증제, 경쟁입찰 확대, 최저효율제 등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확립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는 속도감 있게 제도적 기틀을 만들고,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시로 경청·반영하는 등 빠른 시간 안에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10월 열리는 'KIREC Seoul 2019'에 쏠린 눈…"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 기획 창출"
이 소장은 올해 가을 서울에서 열리는 IREC(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Conference)가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0월 23~25일 열리는 이번 행사 정식 명칭은 'KIREC Seoul 2019'이다. IREC에 개최 국가인 Korea의 K가 결합됐다.
IREC은 재생에너지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콘퍼런스다. 올해 KIREC에는 주요 국가 정부, 지자체 및 글로벌기업, 국제기구, 학계 등 국내외 4000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장은 "KIREC을 통해 재생에너지 3020계획 등 국내 정책과 사례를 소개하고, 글로벌 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한 확산에 기여하도록 국제협력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산과정의 안정성 확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수용성 확보 등과 관련된 각국의 정책과 사례공유, 협력방안 마련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IREC의 주요 행사로는 기조연설, 고위급 패널 토론 등의 콘퍼런스, 노원에너지제로하우스, 시화조력발전소 등 국내 재생에너지 우수현장 방문, 신재생-신산업-융복합 연계 전시회 등을 계획 중이다.
이 소장은 "이번 재생에너지총회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의 국제위상을 높이고 우리 기업의 성과로 이어질수 있도록 국내외 기업·기관간 기술제휴, 공동투자, 글로벌 진출 기회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1970년 △강원 삼척 △서울대 조경학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석사 △세종대 일반대학원 행정학(기후변화정책) 박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실장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現)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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