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저녁 늦게 업무를 마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을 태운 검정 세단이 정부세종청사를 빠져나왔다. 이 차량은 서울이 아닌 권 차관의 세종 숙소로 향했다. 세종시에서 장·차관들이 틈만 나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떠올리면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다른 장면 하나. 금요일 이른 오후 A부처의 장관이 KTX 오송역에 도착했다. 3~4명의 수행원이 그의 뒤를 따랐다. 장관을 알아본 몇몇 공무원들이 인사를 했다. A장관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서울행 KTX에 올라탔다.
권 차관의 출퇴근 광경은 세종시 다른 부처 장·차관들과 대별된다. 권 차관은 이른 아침 서울에서 진행되는 회의, 국회 대응 등 일정이 있더라도 최대한 세종에서 전날 하루를 보내고 회의 당일 새벽에 서울로 향한다.
권 차관의 이 같은 출근 습관은 최근 정부의 세종시 부처 장·차관 서울 집무실 폐쇄 추진 방침과 맞물려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세종시 중심 근무 정착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요즘의 근무실태를 보면 세종권 소재 부처의 장·차관들이 회의 참석, 국회 대응 등을 이유로 세종보다는 서울에서 더 많이 근무하고 이로 인해 실무자들의 서울 출장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장·차관 부재, 중간관리자의 잦은 출장으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내부 소통 부족은 행정 비효율과 조직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차관의 이 같은 세종 밀착형 근무 습관은 평소 그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을 대충 넘기는 법이 없다. 세종에 내려온 뒤 부처 직원들이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자 적극적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고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도 아니다. 그는 “요즘 부하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보름 전에 메뉴, 날짜, 시간 등을 반드시 조율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직원들 입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렇게 꽃을 피운 권 차관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세종시에 복지부가 안착하는 기폭제가 됐다. 권 차관은 이미 정부부처의 세종시 중심 업무 정착의 첨병역을 수행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