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농업인 산재발생은 일반 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산업은 재해율은 0.7%로 전체 산업의 0.5%보다 높다. 교통사고 치사율도 농기계가 일반 자동차 사고에 비해 6~7배로 높고, 노인 자살 역시 농촌이 도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농업재해에 대한 예방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농업재해 예방관리를 위한 종합적, 체계적 관리시스템이 미흡하다. 산업재해관리가 꾸준히 발전돼온 타 산업과 달리 자영농업인의 산재보험 가입은 5인 이상 사업장만 가능하다보니 가입 대상의 0.4%만 가입한 수준이다. 5인 미만의 경우 농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농업인안전보험에 상당수가 가입해 있지만 산재보험에서는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이경숙 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보건팀장은 "농업인은 높은 산재 발생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왔다"며 "각 부처의 주요 업무에서도 배제돼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먼저 농업인 산재와 관련한 제도적 틀을 만들고 종합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농업 현장의 특수성을 산재예방 제도에 반영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농업인의 안전재해를 근로자 산재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법' 개정을 통해 산재예방사업, 건강위해요소 측정·개선·교육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활용 등을 명시하도록 추진한다. 또 농업인질환 관리를 위한 농업인안전보건센터 및 중앙DB센터 법적 기구화 등도 마련한다.
이 팀장은 "농작업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문제 등 종합적 접근을 통해 농업인에 대한 산재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살예방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연계해 전국 단위의 예방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제도 개선과 함께 사고 예방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실제 농업인과 농업 이해관계자의 안전보건의식 부족도 아쉬움이 큰 실정이다. 농업의 생산성이나 소득에만 관심이 치우쳐 안전보건에 대해 소홀하고 안이하게 생각한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농작업인 탓에 농작업복 및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농업기계의 안전점검을 수행하지 않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련 교육 개발과 안전관리 인력 육성도 시급한 문제다. 농업인의 재해와 관련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관리, 안전상식 등 교육 지침을 보급, 농촌 안전망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 팀장은 "농협이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함께 안전교육 및 안전사고 예방캠페인을 확산 하는 등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다"며 "농업활동 안전사고 예방지도 사업은 지난해 31개소에서 2022년 965개소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전관리 인력에 있어서는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으로 신설된 '농작업안전보건기사'를 안정화 시켜 농업 현장의 근로감독관으로 활성화 시킬 방침이다.
이같은 제도개선, 예방 강화와 함께 농진청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농작업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0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16건의 기술이 이뤄졌다. 노인들을 위한 보행지지 운반수레나 개인보호구 등을 개발했다. 앞으로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안전재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자동으로 신고하는 원격 지원 서비스 등을 연구 중이다.
이같은 제도 마련과 예방·교육사업, R&D 추진을 위해 농진청은 전담부서인 농업인안전보건팀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이 팀장은 "현재 9명인 농업인안전보건팀을 내년 20명 수준의 농업인안전보건과로 확대·신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력확충과 농업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산재예방 제도개선이 맞물려야 2023년까지 농작업사고율을 5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