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요괴신령 열전'①드래건-오바마와 트럼프도 빠졌던 드라카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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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5-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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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카리스!’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발리리아의 여왕으로 등장하는 대너리스 타르가리옌이 이를 외칠 때마다 드래건이 내뿜는 불길에 적진이 초토화된다. 2011년 시작된 '왕좌의 게임'은 가상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연맹 국가 칠 왕국을 무대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가문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HBO의 드라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재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드라마에 나오는 티리온 라니스터를 닮았다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드라마를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즐겨 활용해왔다.
드래건 라이더인 타르가리옌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대너리스는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면서 결혼식 때 선물 받은 알들을 들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세 마리를 부화시켜 가지고 나오면서 여왕의 입지를 다진다. 처음에 고양이보다도 작은 새끼였지만 폭풍 성장한 드래건 세 마리는 함대의 항복을 받아낼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드래건은 서양의 용이라 불리지만 동양의 용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사슴뿔에 긴 수염과 돼지코, 여의주를 물고 있는 동양의 용과는 달리 소뿔에 박쥐의 날개, 불길과 화살을 막아내는 두꺼운 비늘을 가진 드래건은 거대한 도마뱀에 가깝다. 드래건은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위대한 어머니 여신 티아마트(tiamat)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다. 신적인 존재로서 숭배의 대상이었던 드래건이 악마의 화신이자 사악한 괴물로 전락하게 된 것은 기독교의 전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키는 창세기의 뱀, 요한묵시룩에 종말의 전조로 등장하는 레드 드래건과 결부되면서부터다. 왕관을 쓴 7개의 머리에 10개의 뿔이 달린 레드 드래건은 꼬리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하늘의 별 3분의1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로, 사악한 괴물들을 이끌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타락시킨다고 한다. 라파엘로나 구스타브 모로의 작품에는 하느님에게 도전했다가 대천사장 성 미카엘에 의해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백마를 탄 성 조지의 창에 찔려 죽어가는 드래건이 그려져 있다. 초기 기독교 순교자로서 14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성 조지(성 게오르기우스)는 리비아 근처를 지나다가 호수에 살고 있는 사악한 드래건을 무찌르고 인간제물로 바쳐진 시레나왕국의 공주를 구해낸 뒤, 왕국을 기독교로 개종시킨다. 바그너가 오페라로 집대성한 게르만민족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의 왕자 지그프리트는 니벨룽겐의 보물을 지키던 드래건을 물리치고 그 피로 전신을 적시게 되면서 불사신이 된다.
‘드래건 길들이기’, ‘에라곤’, ‘드래건 하트’처럼 인간에게 친숙한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드래건을 내세운 애니메이션과 영화들이 나온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퇴치해야 할 괴물로 여기는 서양과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로 받드는 동양. 이렇게 드래건과 용이 다르게 인식되어온 이유에 대해 문화인류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동서양의 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보는 서양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의 관념 차이가 드래건과 용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김세원 논설고문 ·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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