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기업회계·지배구조 분석업체 GMT리서치는 전날 청쿵그룹이 지난해 공격적인 회계 처리 방식으로 577억 홍콩달러(약 8조7000억원)의 부채를 은닉하고 순이익을 38% 부풀렸다며,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 주식을 매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청쿵그룹은 2018년 실적보고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대비 9% 늘어난 4532억 홍콩달러, 순익은 11% 증가한 390억 홍콩달러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아름다운 실적’ 뒤에 거대한 부채가 숨겨져 있다는 게 GMT리서치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쿵그룹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매각예정으로 분류된 자산을 1205억 홍콩달러, 또 이와 직접 관련된 부채를 776억 홍콩달러라고 기입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해당 계정은 모두 제로(0)였다. 청쿵그룹이 자산 일부를 매각 예정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577억 홍콩달러 부채를 은닉했다는 게 GMT리서치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청쿵그룹이 이 같은 공격적인 회계처리 방식으로 시장으로부터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아 저렴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청쿵그룹은 즉각 반박했다. 전날 한밤중 공시를 통해 “GMT 보고서는 선택적이고 편향적이며, 투자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쿵그룹은 홍콩 회계보고 준칙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재무제표는 이미 신용평가기관의 검토를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적보고서는 리카싱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가 청쿵그룹을 승계 받은 후 처음 발표한 것이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해 5월 91세 나이로 공식 은퇴하고 경영권을 장남에게 넘겼다. 자수성가한 거부의 조용한 은퇴는 "역시 리카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카싱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청쿵그룹은 오늘날 홍콩 소매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카싱 회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하고 검소한 부호로 알려진 만큼 청쿵그룹의 부채 은닉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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