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 ‘큰손’이라 불렸을 정도로 해외기업 사냥에 열을 올렸던 왕 회장은 중국 정부의 부채 청산 압박 속에 자산을 내다팔며 지난 2년간 투자에 소극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달라진 점은 해외가 아닌 국내 투자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완다그룹이 15일 중국 동북3성 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에 800억 위안(약 13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합의를 랴오닝성 정부와 체결했다고 중국 현지 매일경제신문 등이 16일 보도했다.
이미 선양에 250억 위안을 투자한 완다그룹이 추가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완다그룹은 선양에 세계 일류 수준의 대형 문화관광단지, 국제병원, 국제학교, 완다플라자(쇼핑센터) 등의 건설을 목표로 올해 3분기부터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선양은 롯데그룹이 롯데타운을 건설하려다 투자를 중단한 곳이기도 하다.
완다그룹은 약 2주 전 중국 '축구굴기'에도 베팅했다. 지난달 말 랴오닝성 다롄시에 20억 위안을 투자해 청소년 축구 훈련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것. 총 9만㎡ 규모의 축구 기지에 모두 23개 훈련장을 건설하는 게 목표다. 다롄시 정부와 축구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앞으로 매년 5000만 위안을 투자해 다롄 시내 10개 초등학교에 축구학교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완다그룹은 4~5월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에서 200억 위안, 간쑤성에서 450억 위안 규모의 투자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완다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체결한 사업 투자규모만 2000억 위안(약 34조4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집계했다. 대형 문화관광단지, 완다플라자, 고급호텔, 축구 등 스포츠, 의료, 교육 등 투자 분야도 다양했다.
완다그룹은 2016년까지만 해도 하이난항공그룹(HNA), 안방보험 등과 함께 전 세계 M&A '큰손'으로 거론됐다. 미국 영화극장 체인 AMC, 스페인의 명문 축구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12~2015년 완다가 해외 M&A에 쓴 금액만 100억 달러(약 12조원)가 넘는다.
하지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늘어난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완다그룹에 부채 청산을 촉구했다. 이에 완다그룹은 2017~2018년 '자산경량화' 전략에 매진,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한편, 부동산 임대·관리경영 및 문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완다그룹 전체 매출액은 약 2100억 위안으로, 문화·엔터사업 매출이 692억 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주력이었던 부동산 사업 매출은 540억 위안에 그쳤다. 2017년까지만 해도 4000억 위안이 넘었던 부채는 절반 수준인 2000억 위안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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