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펀드도 '단타'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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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5-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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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늘 불안하다. 알다가도 모를 게 주가다. 초단타매매가 판치는 이유다. 주식을 붙들고 있기가 불안하니 금세 사고판다. 결국 운 좋게 밑지지 않더라도 큰돈은 못 만진다.

누구나 아는 얘기처럼 들리겠다. 실제 행동은 별개다. 장기투자자를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 펀드마저 초단타매매 대상이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ETF로는 성이 안 찬다. 기초자산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익을 좇는 레버리지 ETF가 인기다. 주가가 빠지는 쪽에 돈을 거는 인버스 ETF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펀드는 해지할 때 수익률을 확정한다.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ETF는 날마다 정산하고, 그래서 길게 보유할수록 투자위험도 커진다.

다른 나라도 이럴까. 미국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를 밑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70% 이상이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회전율 높은 ETF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거다. 반면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미국 뱅가드는 올해부터 초단타매매 상품인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러느라 손실이 나더라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장기투자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거다.

주식으로 돈을 잃을 확률을 미리 알아도 바뀌지 않을까. 코스피에 투자하는 기간을 하루부터 한 달, 1년, 5년, 10년, 그리고 20년으로 나누자. 하루만 투자했을 때 손실 확률은 가장 높은 약 50%다. 이에 비해 한 달은 46%, 1년과 5년은 제각기 35%와 15%, 10년은 14%다. 끝으로 20년은 0%다. 정말 20년쯤 투자하면 돈을 잃지 않을까. 삼성증권은 그렇다고 조언한다. 주가지수를 1980년부터 40년 가까이 들여다본 결과라는 거다.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2018년까지 10년 동안 얼마나 올랐을까. 금융위기를 넘어 재정위기 식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우지수는 170%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는 못 미쳤어도 코스피 상승률 역시 같은 기간 82%에 가깝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만 쥐고 있었더라도 이만큼 벌었다는 얘기다.

물론 투자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을 못 주었다. 그렇다고 일반 기업에 이익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억울하더라도 정부가 욕먹을 수밖에 없다. 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장기투자 유인을 늘려주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일찌감치 추진해온 고령화 대책이기도 하다. 재정만으로 복지를 챙길 수 없다면 자본시장과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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