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차원에서도 화폐단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달러화 대비 환율이 1000단위인 나라는 거의 없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화폐단위는 0을 세 개 떼어 내는 것이 전부다. 원달러 환율이 1000대1인 화폐 후진성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기존 800원 하던 생필품이 0.8원이 되면 1원으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서민 물가가 대부분 오르게 되는 꼴이다. 이럴 경우 소비 심리를 악화시켜 경제에 안 좋은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화폐 단위 변경을 하려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도 뒤따른다. 일단 신권을 도입해야 하고 ATM 등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지만 실제 이익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화폐개혁의 보편적 목적은 숨어있는 자금 찾기와 인플레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실물시장의 위축, 부동산·귀금속·외환 등으로의 자금이동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볼 때 화폐개혁은 얻을 것은 별로 없고 잃을 것은 너무 많은 발상이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리디노미네이션이 두번 있었다. 1953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수습을 위해 100원을 1원으로, 1962년 경제개발 재원의 확보를 위해 10원을 1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50년 넘게 우리나라 화폐의 액면단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2000년대 후반 10만원권 발행을 앞두고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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