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대통령 취임사까지 지시...박근혜 고분고분 "예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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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05-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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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17일 공개됐다.

시사저널에 입수한 박 전 대통령, 최씨, 정호성 전 비서관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눈 녹취에 따렴, 세 사람이 서울 모처에서 회동하면서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음는 총 90분 분량이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녹음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세부적인 표현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최씨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어보고 “팩트가 있어야지”라며 준비된 초안들이 “다 별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임사 초안에 들어간 복지 정책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은 모두 최씨에 의해 구체화됐다.

그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며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며 취임사 문장을 그대로 불러줬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말을 듣고 “그게 핵심이에요”라며 맞장구 치기도 했다.

녹음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말을 끊고 지시하는 상황도 담겼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이 키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라고 말하는 와중에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가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앞에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질책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 최씨는 “내일 어떻게 발표하실 거 좀 정리를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얘기 안 하셨죠”라는 물음에 박 전 대통령이 “거기만 안 했어요”라고 답하자 한숨을 쉬었다.

한편,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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