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의 부업을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3월 말부터 2주간 벌인 설문조사에서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을 비롯한 121개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등 31개사로부터 받은 답변을 근거로 삼았다.
응답 기업의 약 50%가 직원들의 부업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부업에 대해 ‘인정하고 내부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또는 ‘제도는 아니지만 이벤트 등에 따라 인정한다’ 등 부업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기업이 49.6%를 차지했다. 부업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22.3%에 그쳤다.
이중 부업을 인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한 대기업 94개사 가운데 76.6%는 부업의 장점(복수응답 비율)으로 ‘직원의 성장과 동기 향상’을 꼽았다. ‘직원의 경력 형성에 이바지 한다(45.7%)’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고, 신생기업의 경우, '부업을 인정한다'는 비율이 74.1%에 달했다.
이 같은 노동시장 유연성의 확산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일본 후생성은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 1월 '부업·겸업의 촉진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기업이 취업 규칙에서 '허가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행위'의 규정을 삭제했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7.5달러(약 5만5600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 20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일본의 산업구조는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총무성의 ‘취업구조 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취업자 중 부업자 비율은 4%였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5~7%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부업 등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면서 부업비율을 유럽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일손 부족이 심각한 중소기업에 부업 종사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특히 정보통신(IT) 분야는 노동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등에 강한 IT 인력들이 부업을 통해 다른 직장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일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IT산업 대표주자인 소프트뱅크의 경우에는 이미 2017년 11월에 직원들의 부업을 허용하면서 약 430명이 부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에는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업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기업들은 복수응답을 통해 "직원의 노무관리가 어렵다‘(78.7%)고 토로했다. '산업재해나 불상사의 위험’을 우려한 기업도 62.8%나 됐다. 또 자사 직원의 부업은 인정하더라도 회사 보안 측면에서 다른 업체 직원의 사내 부업을 허용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도쿄 미나토연구소는 "부업 미경험자라도 ‘부업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가 50%를 넘어섰다"며 "부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같은 관심을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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