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상의 흔들기와 이재명 무죄…머쓱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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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
입력 2019-05-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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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기 두 달을 남겨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1시간40분에 걸친 격정 기자회견을 한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나도 할 만큼 했다”는 뜻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법리 논쟁은 밥그릇 싸움 정도로만 들리고 문 총장이 상의 재킷을 벗어 흔든 장면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비틀린 측면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흔들리는 옷’(검찰)만 보지 말고 ‘옷을 흔드는 손’(정치권력)을 보라는 비유였다. 그런데 검찰총수가 기자회견을 하다 상의를 벗어 흔드는 동작이 과연 권력과 검찰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적절하고 품격 있는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뜻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자회견은 이 정부에서도 정치권력의 개입이 많았다는 고백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 법무부장관이 일반적인 지시는 할 수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어디까지나 검찰총장을 통해서 해야 한다. 이런 규정을 둔 것은 검찰총장이 권력의 외풍(外風)을 차단하는 바람막이가 되라는 주문이다. 정치권력이 상의 재킷을 흔들 때 문 총장은 과연 바람막이의 책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는가.

“검찰총장이 하는 일이 검사들 수사를 잘하게 하는 것보다 수사를 못하게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과 가까웠던 검찰총장에게 사석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다. 과거에는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요구는 검찰총장을 통해 내려갔다. 그런데 문무일 검찰에서는 정권의 청탁이나 지시가 검찰총장을 건너뛰어 지검장이나 지청장에게 바로 내려간다는 말이 돌았다. 문 총장이 상의를 벗어 흔든 데는 그런 불만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경찰과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네가지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 사건도 권력의 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리한 기소이고 검찰권의 남용이라는 비난을 듣기에는 충분하다. 분당경찰서는 이 시장 형의 강제입원 혐의와 관련해 분당보건소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지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 지사의 성남 자택, 성남시청 통신기계실, 행정전산실, 정보통신과, 행정지원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야당 소속 지사가 이 정도 조사를 받았으면 아마 야당 탄압이라는 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수사 당시 성남지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고교 후배라는 사실도 논란을 부채질하는 데 한몫 했다.

이 지사는 형의 강제입원과 관련해 이런저런 자리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형이 성남시청에 무단으로 들어와 공무원들에게 행패를 부려 방치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도 이 지사 친형의 정신병 증세를 인정하면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입원절차에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6월 경기도 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검사 사칭 판결이 억울하다”고 한 발언이나 선거공보물에서 대장동 개발이익을 과장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기도 지사 선거 경선에서 전해철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친노 친문의 집중 타깃이 됐다. 전 의원은 ‘혜경궁 김씨’와 관련해 이 지사를 고발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거쳐 마지막 민정수석을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조직특보단장을 지냈다.

이 지사가 분당경찰서와 성남지청의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는 최근 차기 대권후보군에서 이 지사를 제외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 지사가 이번 재판에서 직권 남용으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면 도지사직을 잃고 대선후보의 피선거권마저 제약받아 정치생명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이번 판결로 이 지사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그와 관련해 따라다니는 ‘형수 욕설’ ‘검사 사칭’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설’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버린 것은 아니다.

어쨌든 소추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로서 이 지사의 ‘전부 무죄’는 대망신살이다. 이 사건의 전말과 배경을 살펴보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미련을 갖지 말고 기소나 똑바로 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무일 검찰에서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사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완벽하게 독점한 나라는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방어 전략은 공수처는 거부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받아들이면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을 막는 데 사력을 다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검찰 수사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안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충견 노릇을 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다시 새 주인에게 충성하던 검찰의 업보다.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는 검찰이 중앙정보부와 후신인 안기부, 보안사의 힘에 눌려 법에 정해진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법치'라는 이름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공수처 신설과 경찰의 수사권 강화로 검찰을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렇다고 경찰 조직을 정보와 수사권을 다 갖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도 불안하다. 검찰의 특수수사는 대상이 우리 사회의 특권세력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대상은 서민 대중이 많다. 경찰이 찍어서 수사를 시작하다 적당히 덮어버린다면, 그리고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준사법기관이라는 검찰도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쥐고 계속 흔들었는데 경찰 흔들기는 더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패스트 트랙에 따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수사기관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확보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문무일 총장 "검찰 직접수사 총량 대폭 축소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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