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으로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불만을 품고 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만큼 국회에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장외투쟁으로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니 일단 들어오라”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두 당의 치열한 갈등 속에 오 원내대표의 ‘처방전’은 무효한 모양새다.
이쯤 되면 거대 양당이 국회 파행의 달콤한 이득에 취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정쟁’만큼 손쉽고도 반응이 빠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는 멈췄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1대1 영수회담, 5당 대표 회담을 놓고 청와대와 한국당이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을 놓고 싸우는 모양이 꼭 조선시대 현종과 숙종 때 상복을 입는 문제를 놓고 싸운 ‘예송논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야가 말로만 국회 정상화를 외치면서 결국 ‘민생 국회’는 실종됐다. 대표적 민생 문제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 최저임금 개선안 등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한국당은 추경을 ‘세금 낭비’, ‘총선용 추경’이라고 장외에서 비판하기 전에 장내로 들어와 추경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야 하지 않을까. 추경은 말 그대로 국민의 세금이다. 세금을 적절한 데 쓰면 약이지만, 함부로 쓰면 독이다. 추경에 대한 책임은 향후 정부와 여당이 지는 것인데, 그에 앞서 추경을 막는 것은 정부 ‘발목 잡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에서 최대 유행어는 단연 ‘밥 잘 사주는 누나’,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만나 꼬인 정국을 풀자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밥과 맥주’에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고, ‘잘 사주는’이란 말 속에는 자주 만나겠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 운영의 핵심 키를 쥔 3당 원내대표의 밥과 술자리에서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