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채 GDP 60% 이내, 재정적자 GDP 3% 이내”의 원칙이 무시되다시피 되었다. 가입 전에는 골드만삭스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분식을 통해 이 기준을 충족시켜 유로존에 가입한 전력이 있었지만 가입 이후에는 이 준칙을 저버렸다. 하지만 경제법칙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이 준칙이 방치하는 가운데 연금지급 수요가 늘고 재정적자가 심화되자 화끈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는 유로를 사용할 권리는 있어도 발행할 권리는 없다. 자국이 사용하는 화폐이지만 발행권한은 유로중앙은행이 보유한다. 화폐를 자국상황에 맞추어 자유롭게 발행할 수 없는데 수입이 수출보다 많다보니 유입되는 양보다 많은 유로가 유출되고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서 재정수요까지 늘어났을 때 그리스는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이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국가부채를 늘여서 부족한 유로를 조달한 것이다. 경상수지적자로 인한 화폐량 감소와 재정적자문제를 국가부채증가를 통해 보충하기 시작했고 결국 국가부채는 GDP의 100%를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유럽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10여년의 화려한 시대는 막을 내렸다.
부채조달은 끊기고 그동안 쌓은 빚을 상환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서 그리스는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어려운 행보를 하고 있다. 항만운영권이나 공항부지 같은 국가자산을 해외에 매각하는 모습을 보면 돈을 쓰는 데만 급급했다가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모습의 한계를 본다.
우리는 석유도 없고 지하자원도 없는 비기축통화국이다. 그럴수록 대외건전성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자본은 매우 민감하고 변덕스럽게 움직인다. 갑자기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상당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복지프로그램은 한번 도입되면 없애기가 힘들다. 그리고 처음에는 부채로 충당하더라도 나중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부채를 무작정 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700만명을 넘어선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이면 1000만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제공해야할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엄청난 재정수요증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복지프로그램을 유지만 해도 복지지출의 규모와 비중은 계속 증가하여 OECD 수준에 금방 도달한다. 연간 출생아숫자가 30만명 초반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앞으로는 세금 낼 인구도 줄어든다. 복지지출을 늘여 부채로 충당하고 나서 지출을 다시 줄일 수 없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가파른 노령화가 진행되는 시대에 복지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은 비극의 시작이다. 그리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요즈음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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