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명대화대회 화려한 무대 뒤 날선 분위기...중국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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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5-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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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카니발, 올림픽 방불...지하철 보안통제로 역 밖까지 장사진

  • 반부패 드라이브에 만찬서도 주류 제한 ..."中 제 갈 길 간다"

"대규모 외교 행사답게 올림픽을 방불케 했다."

지난 15일 ‘제1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의 아시아문화 카니발 무대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줬다. 4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올해 상반기 중국 '홈그라운드 외교'의 마지막 행사인 만큼 신경 쓴 모습이다.

국가광파전시총국(國家廣播電視總局)이 주관해 베이징(北京) 국가체육관에서 2시간 동안 열린 이 행사에는 3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행사에 참석해 아시아의 단결을 강조하는 축사를 했다.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 참석한 캄보디아·그리스·싱가포르 등 각국 대표들도 함께 관람했다.

아시아 각국 공연단은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 전통 공연을 이어갔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출연자들이 무대 전체를 장악하며 멋진 공연을 선보여 외교 행사인지, 테마파크 놀이동산 페스티벌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다.

한류스타 비, 중화권 최고 인기 스타 성룡(成龍)과 피아니스트 랑랑, 엑소 멤버 레이,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등 유명 연예인들도 공연에 대거 출연했다. 한·일 합동 북 공연에 이어 북한 예술단도 출연해 장구춤 등을 선보였다. 중국 공연단이 등장하자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었던 각국 공연단이 중앙 자리를 양보하고 옆으로 비켜 섰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또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공연도 펼쳐져 중국이 구상하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띄우는 외교행사임을 보여줬다.
 

아시아 문화 카니발. [사진=신화통신]

화려한 무대 뒤에선 중국의 날 선 분위기를 실감케 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중국은 국가적 대형행사 기간마다 교통통제나 보안검사로 이동에 불편을 초래하기 일쑤인데, 이번에도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아시아문명대화대회가 개막한 날에는 지하철역마다 보안 검사 때문에 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역 밖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행사 내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분과토론 등을 끝내고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사실상 음주가 제한됐다. '술은 좋은 친구를 만나 마시면 1000잔으로도 모자란다(酒逢知己千杯少)'란 중국 속담이 무색할 정도였다.

대규모 외교 행사에서만큼은 반부패 감시가 느슨해질 법도 한데, 미·중 무역전쟁과 성장둔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중국 공산당이 내부 압박을 강화하는 듯했다.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면서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중국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퇴근시간, 중국 베이징 졘궈먼(建国门)역 밖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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