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만난 김기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원장은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인생 4막을 막 열면서 혁신성장의 촉진자가 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현장지원이 혁신성장의 필수조건"
흔히 인생 2막이란 말은 쓴다. 그런데 김기준 원장의 삶에선 4개의 변곡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1985년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해 사회에 첫 발을 들였다. 순탄한 뱅커로의 삶이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폐쇄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짓밟힌 권익을 체감하며 노동계에 뛰어들었다. 스스로 2번째 변곡점을 만든 것이다. 김기준 원장은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대안 경제체제의 꿈을 쫓았다. 경제계 발을 넓혀온 그에게 3번째 주어진 직업은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직에 공모하면서, 인생 4막을 열었다.
김기준 원장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기술혁신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 최다인 67만여 개 중소기업이 있는 경기지역의 특성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경기도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성장을 구현하는 게 바로 혁신성장"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어렵게 해석하지 말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혁신성장의 촉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주저 없이 '현장 소통'을 꼽았다. 지난 15~16일 오른 인도 출장길의 성과를 현장 소통의 사례로 들려줬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우수상품전(G-FAIR) 인도 뭄바이'를 주관하면서 시현한 기대 이상의 실적도 빼놓지 않았다. '아시아의 코끼리'란 별칭으로 인도는 세계 3위의 내수시장이 형성돼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까다로운 현지 상업 관습 등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게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주요 임무다. G-FAIR는 그런 목적으로 기획됐다. 올해는 전기·전자·건축·생활·미용·건강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 우수 중소기업 94개사가 참가했다.
이틀 간 4000명가량의 현지 바이어가 현장을 찾았고, 현재까지 집계된 실계약만 100여건 692만 달러(약 82억원)에 달한다. 인도 현지에서 3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 제품을 품평하기 위해 찾은 바이어들을 보면서 김기준 원장은 현장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실감할 수 있었다.
G-FAIR 뭄바이는 지난 11년간 861개 기업이 참가했고, 2만5400여명의 바이어가 방문하는 등 '인도 유일의 한국상품 단독 전시회'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이같은 실적을 견인한 주체로 김기준 원장은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뭄바이' 직원들을 꼽으며, 혁신성장의 촉진자로 공을 돌렸다.
그는 "뭄바이 뿐 아니라 7월 상하이, 9월 두바이, 11월 호치민에서 열리는 G-FAIR가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GBC는 현재 인도를 비롯 러시아, 중국, 미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이란, 케냐 등 8개국 11개소에서 운영되며 맞춤형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김기준 원장은 수출 기업과 더불어 4차 산업 지원을 경과원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그는 "필연적이고,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전제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 지속되기 위해선 공공과 민간부문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벤처·창업 분야를 공공부문에서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창업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맞춤형 창업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창업 베이스캠프와 창업프로젝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경기도 전역에 구축된 17곳의 벤처센터가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한 그의 로드맵에 따라 경과원은 성장기 유망 벤처·창업기업들의 입주를 비롯 시제품 제작, 전문가 멘토링 등을 이어가고 있다. 판교 SW(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와 정보통신 인프라 사업을 통해선 605개사에 AI, 로봇 등의 기술을 지원했다.
그는 5G 상용화를 실현한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관심이 많다. KT와 협력해 테스트 환경을 공공기관 최초로 구축했을 정도다. 김기준 원장은 "스타트업의 도전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안정적인 5G 생태계 조성은 경과원의 숙명이다"고 밝혔다.
로봇 관련 성과도 눈에 띈다. 그는 "경과원은 3년 간 연구 끝에 4족 보행 로봇 2대, 4족·2족 보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로봇 1대를 개발했다"며 "경기지역 로봇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월 출범한 경기도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김기준 원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미래 지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업 생태계 흐름을 읽는 선제적 대응에 경과원이 앞장서고, 4차 산업혁명과 접목해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김기준 원장은?
=1957년 7월 4일 경기도 파주 출생
=경기고-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5~2011년 한국외환은행 입행, 노동조합 위원장 등
=2005~2006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2018년~현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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