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유해용, “국가 품격 맞는 수사하라” 검찰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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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19-05-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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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영장·압수수색 영장 기각 독 됐나...유해용, 수사 절차 불법 주장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3)의 재판 절차가 27일 시작됐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나온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재판 내내 상기된 얼굴로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수사절차가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이날 오전 10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유 전 연구관 측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유 전 연구관은 직접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만으로 저의 불찰과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사법농단의 수사가 적법했는지 역사에 기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수사 절차 자체가 불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종헌 USB에서 한 문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혹독한 운명에 처했다”며 “임종헌과 청와대 협조를 받기 위해 청와대 요구자료를 제공한 공모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유 전 연구관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이유로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판결문 초고를 유출해 변호사 영업에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어떤 오해도 받기 싫어 사무장도 고용 안했으며, 영업하는 과정에서 받은 수입료는 그대로 세무서에 신고한다”며 “해당 사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몸소 겪어보고 나서야 수사의 실상이 이런 것인지 깨우치게 됐다”며 “국가의 품격에 맞게 수사 방식이 바뀌고 이번 기회에 국가의 디딤돌이 되는 판례로 남는 게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 측은 “양승태 등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 범죄행위가 드러났고 중요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압수수색과 사전 촬영에 대해 수색 현장에 있던 변호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집행해 적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종헌 USB 안에 있는 파일명 뒤에 ‘유해용’이라 적힌 문건 3건을 증거로 제출했다”며 “이는 임종헌이 유해용으로부터 전달받았기에 유해용이라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중 임종헌은 ‘알고 있다’, ‘정보요청자에 맞게 작성했다’ 등으로 진술한 영상도 있다”며 문건이 청와대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다. 재직 당시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김영재씨 부부의 특허소송 상고심의 진행 상황과 쟁점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에게 작성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넘겨 최종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가 있다.

지난해 2월에 퇴직하며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재판자료를 유출해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도 받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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