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IB 자체가 국내 교육시장에서 생소한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시민교육단체들은 교육과정 등 전반적인 시스템 미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IB 한글화 번역에 대해 국제 바칼로레아 본부와 합의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 공교육에 IB도입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문제는 IB 도입이 객관식·선다형 문제 유형인 우리나라의 낡은 평가체제를 혁신하는 새로운 대안인지에 대한 타당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28일 시민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IB 교육과정 국내도입에 대한 종합평가를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교육전문가들이 IB평가 토론회를 세 차례 열어 △IB도입 문제의식 타당성 △제도 도입 이전 필수선결과제 점검 △교육과정 적절성 △소요 재정 및 교원 연수 적절성 △현실 안착 가능성 △IB에서 코리안 바칼로레아(KB)로 전환 가능성 등 6개 영역을 평가했다.
종합평가는 IB 도입을 일부 교육청 시범운영 단계에서, 현 대입 제도를 그대로 두고 IB를 허용하는 적용단계를 거쳐 현 대입제도를 KB로 완전 대체하는 단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시범 단계에서는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기에 입시경쟁·사교육 유발 가능성은 낮지만 적용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부 사립학교가 IB 학교로 대거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재정상태가 좋은 자사고·특목고가 IB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귀족학교화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한 기존 고입 사교육에 새로운 IB 입시를 위한 사교육 부담이 심화되며, 특히 영어 몰입교육에 따른 영어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교육단체들은 수능 체제 하에서 IB 운영 학교를 확산시키면 △사교육 부담 △특권층 교육과정 △국적 없는 교육과정 문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동진 사교육걱정 책임연구원은 “IB 시범운영을 확대하는 교육청이 늘고 경기외고·충남삼성고 같이 IB를 적용하는 부유층 사립학교들이 증가하면서 서울대 등 대학이 IB교육과정을 우대하면 우리 교육은 새로운 양극화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B가 외국 국제교육과정인 이유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사가 공통과목이지만 IB에서는 역사 자체가 선택과목이다. 또 문학에서 우리나라는 작품 분석을 위주로 배우지만 IB는 작품분석론을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국적 교육과정인 한국사·지리·세계사·국어 등에서 보다 면밀한 추가점검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 선다형·객관식 유형의 수능이 논술형 시험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논술형 시험에서 채점 공정성 논란을 극복할 대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유럽처럼 논술형 채점 신뢰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공신력 있는 I채점 인증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전략적으로 불가피하다”며 “IB는 내신 절대평가 도입시의 부풀리기 문제, 학종 부작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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