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20년 만의 은행 경영권 접수···금융리스크 심각한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지난 24일 저녁 성명을 통해 바오상은행이 심각한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예금자와 고객들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바오상은행 경영권을 내년 5월 23일까지 1년간 접수해 관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중국경제망, 블룸버그 통신 등이 28일 보도했다.
성명에 따르면 인민은행과 은보감회에서 꾸린 관할팀의 지도에 따라 바오상은행의 위탁경영은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건설은행이 맡기로 했다. 이를 통해 경영권을 접수한 상태에서도 바오상은행의 기존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5000만 위안(약 85억원) 이하의 양도성예금증서(CD)과 이자는 물론, 은행 간 자금 부채 상환도 모두 보장해 바오상은행의 지불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성명은 밝혔다.
바오상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까지 총자산은 5358억 위안에 달한다. 총부채는 5034억 위안으로, 이중 은행간 자금시장에서 빌린 자금이 절반에 육박하는 2211억 위안이다. 이는 당국의 규제 상하선인 33%를 훨씬 웃도는 만큼 이미 당국의 감시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부실대출 비율은 2011년 0.45%에서 2017년 3월까지 1.7%로 약 5년새 4배 가까이 높아졌다.
중국 신용평가사인 다궁국제는 지난 2017년 11월 바오상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며 향후 자본보충에 비교적 큰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은행 경영권을 접수한 것은 지난 1998년 하이난발전은행 이후 20년 만의 처음이다. 90년대 당시 하이난성 부동산 활황 속 사업을 확장한 하이난발전은행은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후 결국 부실대출 압박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고, 중국 금융당국이 하이난발전은행에 대한 청산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 제2, 제3의 바오상은행 나올까···불안한 금융시장
당국이 바오상은행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중국이 금융권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특히 지역 중소은행이 리스크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고 시장은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 은행권 청소를 위해서는 더 큰 대걸레가 필요하다' 제하의 논평에서 "정부의 바오상은행 인수는 중국의 은행 정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다른 중소 은행들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아직 중국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엉망진창이 된 현재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걸레와 양동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 동안 중국의 중소 지역은행들이 부외거래를 통해 신용을 창출하는 등 그림자금융에 의존하며 당국의 대출 규제 감시망을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금융권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다수 중소 지역은행들이 바오상은행과 비슷한 금융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바오상은행 경영권 접수 사태를 계기로 중소 지역은행들의 예금 지급 불능사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은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중국 정부가 바오상은행 인수를 밝힌 후 첫 개장일이었던 지난 27일 홍콩 상장 중국 은행들을 구성종목으로 한 블룸버그 지수는 4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 빅터 왕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애널리스트는 "바오상은행과 자산규모가 비슷한 지역 상업은행이 주가 압력이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 '안방보험 사태' 연상케 해···일각선 권력투쟁설도
일각에선 바오상은행이 2017년 '실종'된 중국 유명 금융가인 샤오젠화(肖建華) 전 밍톈(明天)그룹 회장이 투자한 은행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며 중국 지도부의 권력 투쟁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했다. 앞서 신재부(新財富) 잡지는 2016년말 밍톈그룹이 바오상은행 지분 36.89%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재계 거물로 알려진 샤오 전 회장은 과거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언론들은 그가 과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으로 대표되는 중국 혁명원로 자제 그룹인 태자당, 상하이방 '돈줄' 역할을 했다며 뇌물수수·돈세탁 등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추측한 바 있다.
바오상은행의 경영권 접수가 '안방보험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은보감회는 불법 경영행위가 존재해 보험금 지급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2월부터 안방보험에 대해 위탁경영을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진 우샤오후이(吳小暉)가 이끌었던 안방보험은 한때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우리나라 동양생명,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비롯, 뉴욕 랜드마크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등을 사들이며 해외 인수합병(M&A) 시장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M&A)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지난해 중국 금융당국의 집중 규제 대상에 올랐다.
이후 지난 2017년 6월 우 전 회장은 당국에 체포돼 지난해 불법 자금조달 사기·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징역 18년형을 받고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이다. 일각에선 우 전 회장이 태자당의 비호 아래 사업 인허가, 대출 등에서 특혜를 누려왔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태자당을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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