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승계 작업 일환인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 간 주식교환을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이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CJ그룹의 계획대로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CJ 주주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경제개혁연대와 한국투자증권 모두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 정보기술(IT) 부문의 사업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29일 금융투자업권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인적분할과 완전자회사 편입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CJ가 주식 교환을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사업부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오너 3세 일가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IT사업부 지분 45%를 CJ에 넘기고, CJ 주식을 받게 된다.
주식 교환이 끝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 ENM 상무 등 오너일가 3세가 CJ그룹 지분을 6.9%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CJ그룹이 오너 3세들의 지분을 늘려주기 위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사업부문을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7일 2014년 합병 때는 주당 22만8260원으로 평가됐던 IT부문 본질가치(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가중평균)가 이번 분할에서 66만1230원으로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T부문 영업이익은 2016년 389억원, 2017년 399억원, 지난해 368억원으로 합병 당시 예상치를 밑돌았다. 올리브영과의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81억원과 167억원, 지난해에는 68억원으로 쪼그라든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식교환 대상인 IT사업부문이 과거 합병 당시 평가했던 예측치보다 실적치가 크게 떨어지는 데도 낙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IT사업부문에 대해 CJ가 매년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가능하고 영업이익률도 평균 10%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SK홀딩스와 SK C&C 합병 사례도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SK홀딩스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이번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 간 주식교환도 그런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보고서를 통해 "CJ그룹의 계획대로 주식교환이 진행되는 게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소액주주가 주식교환을 반대할 수 있는 발행주식수 20%를 채우기 어려운 데다 딜이 깨지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던 모멘텀도 소멸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식 교환에서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며 "오너 3세 일가가 처음으로 CJ 지분을 확보하는 만큼 인적분할 발표 시 내세운 IT사업과 올리브영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연구원도 CJ그룹이 IT사업부문을 시장 판단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CJ그룹이 IT사업은 5424억원, 올리브영은 6629억원으로 평가했는데 IT사업에 대해서는 시장 판단보다 높게 평가했고 반대로 올리브영은 낮게 매겼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보수적인 시장 눈높이로 IT사업부의 기업가치를 재산출하면 자회사인 파워캐스트를 포함해도 2111억원에서 2349억원 수준으로 보인다"며 "CJ가 제시한 평가보다 61.1%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 평가가치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CJ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합병 이후 IT부문의 매출액은 매년 예측치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 역시 회계기준상 기업 내 다른 영업부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현상이고 이를 조정해 반영하면 예상치보다 높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예측치인 431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같은 회사였던 올리브영 부문에 제공한 IT서비스를 수익으로 반영하지 않아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비용 등을 반영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450억 가량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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