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도 그렇다. 영화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의 비공식 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 됐고 그 기세를 몰아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확정됐다. 마동석 '픽'은 빗겨나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산행' 공유가 있고, '범죄도시' 윤계상 진선규, '신과함께' 주지훈이 있었다면 '악인전'에는 김무열(37)이 있다.
감히 말하건대 김무열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다. 한없이 근사하고 지질하며 악랄한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무대를 기반으로 한 연기 스펙트럼과 연기력, 관객과 밀고 당기는 능력을 '악인전'에 쏟아부은 김무열의 활약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김무열의 일문일답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태석이라는 인물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은 어땠나
- 물리적으로 분량이 많아 부담이 커졌다. 또 태석은 인간적인 고민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셋 중 가장 '선'인 인물이지 않나. 경찰이라는 신분의 특수성도 있어서 고민도 많았고 가장 애를 먹었다. 생각해보니 시작이 좋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항상 그랬지만 치열하게 준비하고 고민도 많았다.
어려움이 따랐지만 그럼에도 '악인전'을 선택한 이유는
- 전형적인 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각각 매력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얽히고설키는 게 우리 영화의 구조적 특성이다. 그리고 그 점이 통쾌하게 다가오고 분명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장점이 도드라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석이라는 인물을 위해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했나?
- 옛날 영화들을 주로 보았다. 평소에도 작품을 시작하기 전, 책이나 영화 등을 엄청나게 찾아본다. 이번에도 캐릭터 구축을 할 때 많이 도움이 됐다.
이번 작품에서 몸을 만들었다고
- '악인전'을 찍을 때 열심히 먹고 찌웠다. 평소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 터라서 살을 찌우고 유지하는 게 더 힘들었다. 조금만 안 먹어도 쭉쭉 빠지더라. 목도, 팔도 두껍게 만들어야 해서 힘들었다.
왜 태석이 두꺼운 몸을 가졌다고 설정한 건가?
- 제가 그쪽으로 유도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상상했던 태석의 모습이 있었다. 감독님은 브래드 피트 같은 인상을, 저는 톰 하디 같은 인상을 바랐다. 조금 더 묵직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였다. 태석은 시민의 편인데 조직폭력배와 함께 섰을 때 밀리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듬직한 맛이 있어야지. 동수(마동석 분)와 K(김성규 분)에게도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몸이 커지면 반대로 액션이 느려질 텐데
- 그럴 수도 있는데 워낙 액션 팀이 잘 맞춰줘서. (마)동석 형은 저보다 더 커다란데도 재빠르시지 않나. 하하하.
이번 영화는 애드리브도 자유로웠다고
- 감독님께서 감사하게도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허락해주셨다. 잘리는 한이 있어도 자유롭게 놀 수 있었던 거 같다. 예컨대 처음 장동수의 병실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자양강장제를 안겨주는 것도 별 거 아닌데 캐릭터를 만들 때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감독님은 상황이나 대사를 전부 누아르적으로 쓰셨는데 우리가 읽을 때는 그 안에서 위트 있는 느낌을 발견해서 그 점을 살리려고 했다. 감독님도 유연하게 받아주셔서 우리 영화에서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장치로 발현된 같다.
마동석은 즉흥적으로 상황을 만들거나, 리액션을 끌어주는데 능한 배우인데
- 동석 형님은 잠을 안 자는 거 같다. 현장에 오면 그날 찍을 장면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디어도 번뜩이고 신선하다. 또 동석 형은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캐릭터를 만들지 않나. 그게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힘인 거 같다.
마동석에게 도움을 받은 장면도 있나?
- 장동수를 처음 만나는 장면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뭔가 어색한 거 같고 잘 안 풀리더라. 그런데 그냥 동석 형을 가서 딱 보는데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술술 풀렸다. 하나도 안 이상하더라. 동석이 형이 이 장면에 대해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10년 전 마동석과 인연이 있다고
- 10년 전 영화 '신촌좀비만화'로 만났었다. 이후 마동석 형님의 행보를 눈여겨보면서 종종 '나 동석 형님이랑 영화 찍었었다'고 하곤 했다. 어디서 만나도 잊을 수 없는 인상 아닌가. 하하하. 사실 단역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뜻이 깊고 남달랐다. 느낌이 이상하더라.
관객 반응이 좋던데. 기대가 크겠다
- 칭찬은 감사히 받지만 얼른 잊어버리려고 한다. 취해 있을까 걱정이 돼서. 그보다 질책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간 형사 캐릭터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해왔기 때문에 아직 제 연기에 관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받았다. 칸에 있는 동안 어떻게 지내고 싶나
- 칸 영화제 공식 일정과 제 생일이 겹친다. 생일에 제가 출연한 영화가 외국서 공개되다니. 여러 모로 의미가 큰 거 같다. 칸 보다도 국내 관객들 반응이 더 궁금하다. 국내에서 반응이 좋아야 칸에서 어떤 반응을 얻어도 의미가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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