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이 ‘케이팝(K-POP) 성지’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영플라자 지하 1층에 연 케이팝 복합문화공간 ‘팔레트’ 덕분이다.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로 꾸며지는 이곳의 첫 번째 초청 아티스트는 최근 미니앨범 6집을 발매한 아이돌그룹 ‘뉴이스트(NU'EST)’다.
뉴이스트의 팬덤은 대단했다. 팔레트 오픈 첫 주말에만 국내외 팬 5000여명이 몰려 명동 지하상가부터 팔레트 입구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매장 방문객은 오픈 13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고, 매출도 4억원을 달성했다.
팔레트를 기획한 이동욱 롯데백화점 패션부문 콘텐츠개발팀 치프 바이어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단순한 팔레트는 단순한 아티스트 굿즈 판매공간이 아닌 신개념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에서 상품본부, 김포공항점 영업팀장 등을 거친 그는 2017년 7월 콘텐츠개발팀으로 발령받았다. 콘텐츠개발팀은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집객을 위해 “기존 백화점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 상품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려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첫 프로젝트는 2017년 말 가수 박효신과 진행한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회 ‘레베’로, 팔레트의 전신인 셈이다. 실제 팔레트에는 당시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매장에선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매장 내 향수를 뿌려 은은한 향이 난다. 뉴이스트 멤버들이 팬들을 생각하며 직접 선정한 향이다.
이 치프바이어는 “향기와 음악으로 공간을 채웠을 때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지난 프로젝트에서 강하게 느꼈다”면서 “엄마표 음식의 향을 맡으면 그리움이 차오르는 것처럼 콘서트장에서 웅장한 음악소리가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나 기획사의 목소리를 전적으로 반영해 유연하게 기획한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초청 가수의 콘텐츠를 잘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첫 아티스트인 만큼 뉴이스트에 무조건 ‘맞춤형’으로 꾸몄다.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대형스크린은 기획사 요청에 따라 LED모니터 대신 4K 프로젝터를 사용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서다.
실내조명은 콘서트 응원봉을 차용했다. 분홍색, 초록색의 정확한 데이터값을 기획사에 문의해 같은 색상을 팔레트 매장에 구현했다. 이 치프바이어의 스마트폰 ‘휴조명’ 앱을 통해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조명을 바꿀 수 있다.
이 치프바이어는 계속된 프로젝트에 지칠 법도 했지만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음달 말 예정인 두 번째 가수의 프로젝트 준비도 거의 마칠 정도로 부지런하다.
그는 “팔레트 입구에서부터 고객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면서 “계속 좋은 콘텐츠를 선보여 아티스트와 팬들이 하나 되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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