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인가요. 오마하(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온 걸 환영합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서울IR 김용출 차장과 직원 두 명이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누구나 김용출 차장 일행을 반겼다. 일행은 주총장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숙소 근처 편의점 주인이나 공항에서 부른 우버택시 기사, 식당과 호텔 직원이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도시 전체에 축제가 벌어진 거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해마다 5월 오마하에서 2박 3일 동안 주총을 연다. 회사는 주총 첫날 투자하고 있는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싸게 판다. 둘째 날에는 실제 주총을 열고, 마지막 날 마라톤(5km) 행사도 한다. 평소 한적하기 그지없는 오마하가 이 사흘 동안에는 떠들썩해진다. 올해에는 이달 5일까지 사흘 동안 주총이 열렸고, 전 세계에서 4만여명이 찾았다. 29일 만난 김용출 차장은 "1년 전부터 직원을 3명씩 뽑아 보내주고 있다"며 "버크셔해서웨이 주식도 20만원을 들여 샀다"고 했다.
◆"아마존 주식 1조 이상 보유"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주총에서 "아마존 주식을 1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총에 앞서 버핏은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그동안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자신은 바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새로 사들인 주식은 대체로 오름세를 탔던 만큼 논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아마존뿐 아니라 JP모건, 레드햇, 델타항공, PNC파이낸셜서비스 주식도 늘렸다. 반면 사우스웨스트항공과 필립스66, 웰스파고 지분은 줄였다.
물론 버핏이라고 투자에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18년 4분기에는 254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크래프트하인즈(미국 식품기업) 투자는 실패인가"라고 물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버크셔해서웨이에 3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혔다. 버핏은 "크래프트와 하인즈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손실을 냈다"고 답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서는 일반주주도 버핏에게 질문할 수 있다. 15명가량이 주총장 중간중간 설치한 연단에서 질의하는 식이다. 올해로 88세인 버핏은 6시간 가까이 투자자와 대화한다. 그와 40년 이상 일해온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도 함께 답한다. 그는 95세다.
◆"돈 맡기려면 투자철학 공유해야"
주총 분위기는 딱딱하지 않다. 버핏은 자금을 어떻게 굴리는지 묻는 한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는 사람과 투자철학을 공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멍거는 재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한 아이에게 "너는 저축이나 해"라고 했다.
김용출 차장은 "질문자 가운데 중국인이 많아 인상적이었다"며 "버핏은 중국시장을 높게 평가하면서 계속 투자하겠다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번 주총은 오마하 센터링크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은 1~3층을 대부분 자유석으로 운영한다. 1층 일부에만 설치한 VIP석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마라톤까지 참여한 김용출 차장은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단돈 20만원으로 버핏을 만나게 돼 큰 수확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버핏처럼 주총을 열기는 아직 어려울 것"이라며 "먼저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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