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잡는 ‘다름의 공존’...학고재서 개인전 갖는 젊은 작가 안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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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5-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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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톰 안홀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6월30일까지 학고재 청담

[톰 안홀트 Tom Anholt, 채굴하는 남자 Man Mining, 2019,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35 x 25cm 사진=학고재 제공]

32세의 젊은 영국 작가 톰 안홀트의 균형 감각은 놀라웠다. 시소의 무게 중심처럼 구상과 추상 사이에 절묘하게 서있었다. 인물의 시선을 따라 가면서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동시에 기하학적인 패턴들을 보며 상상하게 됐다.

지난 22일 개막한 안홀트의 개인전 ‘톰 안홀트’가 오는 6월30일까지 학고재청담에 열린다. 작가가 최근 완성한 크고 작은 회화와 드로잉 등 총 18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안홀트의 아시아 최초 전시다.

안홀트는 2018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알려진/알려지지 않은 (Known/ Unknown)’에 참여해 주목받는 동시대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쿤스트페어라인 울름, 베를린 갤러리 아이겐+아르트, 뉴욕 프리즈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베를린에서 작업 중이다.

안홀트는 1987년 영국 바스에서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어린이 책 번역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페르시아계 유대인 조상을 뒀다.

안홀트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미술에 관심이 많다. 마티스, 세잔, 피카소, 그리고 샤갈 등 모더니즘 계열의 손꼽히는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서아시아 삽화의 한 장르인 ‘페르시안 미니어처’의 특징을 융합했다. 서구 문예의 정점인 모더니즘과 이슬람 문화의 요소를 한 화면에 조화시켰다.

오래 된 유럽과 서아시아의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실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활화산처럼 불안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안홀트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바탕으로 다른 미술 양식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담아냈다. 그는 의식하지 않고 이끌림에 끌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질적으로 보여 질수도 있는 두 양식은 안홀트의 작품 속에서 아주 잘 어울렸다. 예술의 마법 같은 힘이다.

안홀트는 최근작으로 올수록 제한된 수의 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절묘한 색들은 여러 장면,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는 작품을 하나로 읽히게 만들었다. “제약은 곧 창조가 된다”는 피카소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 그가 최근 이용하는 제약은 색감이다.

[톰 안홀트 Tom Anholt, 타임 머신 V (불과 열정) Time Machine V (Fire and Desire), 2017, 린넨에 유채 Oil on linen, 190 x 130cm 사진=학고재 제공]


전시장에 걸려 있는 ‘타임머신 V(불과 열정)’은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1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시라쿠사 대성당을 간 안홀트는 그곳의 역사에 주목했다. 안홀트는 "오래 전 이곳에는 그리스 신전이 자리했다. 이후 주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양식이 덧입혀졌다. 교회, 모스크로 사용됐다가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으로 쓰이고 있다. 회화도 그런 것이다"고 설명했다. 안홀트의 대부분의 작품은 여러 번 다시 그려졌다.

이번 학고재 청담에 전시된 모든 작품에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인물들의 시선을 이용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작품 속으로 깊숙이 끌어드리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를 보면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다. 2018년 딸을 얻은 안홀트는 "이후 주변을 다시 한 번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진=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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